김미희(金美姬ㆍ31)씨는 지난해 7월부터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동시와 동화를 읽어주고, 주제를 주어 글을 쓰게 한다. 처음에는 4명뿐이었지만,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15명으로 늘어났다.
김씨는 아이들과 나누는 소중한 느낌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동시를 썼다.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한 그는 당선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초등학교 때 동화작가인 박재형 선생님와의 만남을 계기로 아동문학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고 말한다.
책과 아이들을 좋아했던 김씨는 결혼하고 웬만큼 자리를 잡은 뒤 글쓰기 지도를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동시를 습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는다는 게 어렵고도 신비로운 일”이라고 고백한다.
아이를 갖고 그는 도서관을 다녔다. 습작을 위한 도서관 기행이 태교가 됐다. 아들은 25개월이 되자 한글을 읽었다고 한다.
“사탕이나 과자를 준다 해도 아이를 달래기 어렵지만,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면서 김씨는 웃는다.
일본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동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서는 고다니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고다니 선생님처럼 따뜻한 마음을 품을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동시가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 아이들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글을쓰는 것도 싫어한다. 김씨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과 귀를 붙잡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게 김씨의 소망이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신춘문예로 등단했다는 이름값을 하고 싶다.”
▲1971년 제주 북제주군 우도면출생 ▲1993년신라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경남 울산시 온양초등학교 방과후 글쓰기 교사
김지영기자
kimjy@hk.co.kr
■당선소감/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아이들에 보답
부족한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그 값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쓰는 시간에는 같이 썼습니다. 선생님이 한눈 팔면 아이들도 한눈 팝니다.
이마 비비고 맞대어 치켜뜬 눈으로 얘기할 때 행복해지는 아이들입니다. 이 개구쟁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보물이 들어있을까?
보물을 몰라보면 안되지, 다짐하며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 아이들이랑 같이 활짝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당선소식을 접하니 고마운 많은 얼굴이 지나갑니다. 마음 가득 짐처럼 안고 살던 고마움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는 또 하나의 짐을 안깁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아버지는 일곱 살 때부터 섬 밖으로 유학 간 오빠에게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다 쓰면 또 읽어보고 “고쳐봐. 두번째, 세번째가 더 잘 쓴 걸 거야” 그러셨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저의 스승이셨습니다. 아버지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서 다행입니다.
몰래 응모했었는데 소식 듣고 깜짝 놀라는 남편은 항상제 곁에서 힘을 주는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글로 대신합니다. 6학년 어느 날 우리 선생님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만독후감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그 숙제를 잘 해내기 위해서 혼자 남아 학급문고의 책들을 읽고 또 읽고 교실 뒤 ‘우리들 자랑’에붙여진 친구들의 글을 읽느라 어두워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고도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숙제하느라 끙끙대던 그 날을 선생님은 알고 계셨을까요?
선생님께 이 기쁨을 직접 전해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늘나라에서 흐뭇해 하실 고(故) 신헌부 선생님께이 영광을 드립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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