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 '엘리트의 비극'을 넘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 '엘리트의 비극'을 넘어

입력
2002.01.04 00:00
0 0

임오년 새해가 밝았다. 되돌아보면 지난해는 많은 아쉬움과 답답함도 함께 한 다사다난했던 해였다.한때는 촉망 받는 지도자로,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 큰 짐을 질 엘리트로 여겨졌던 사람들이 '게이트'에 연루돼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당황함을 넘어 앞날에 대한 불안감마저 갖게 해 주었다.

그들에게만 돌을 던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능력 있는 아까운 사람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 사회 '엘리트의 비극'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인가. 우리가 지난 세월 동안 시행해온 인재 교육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인재 교육의 근본이 사람됨을 가장 우선하여야 함에도 우리 교육 전반이 학생들을 이익과 출세에 눈멀게 한, 가장 평범한 함정에 빠지게한 것은 아닐까.

한 때 일인일기(一人一技) 교육을 구호로 기술입국을 크게 강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한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구호가 내세워지기도 한다.

물론 정보화시대에 기술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한 가지라도 올바르게 잘하면 그것이 전부로 통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는 사람답게 생각하고, 사람답게 처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큰 사람다움을 이룩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나라 교육에서는 그 점이 빠졌거나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나라의 운명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이 배출되어 왔고, 지금도 배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 큰 사람다움'이 미흡한 엘리트, 그것이 오늘 우리 시대 '엘리트의 비극'의 본질이 아닐까.

엘리트가 사회의 병폐를 지적하고 올바른 진로를 제시하여 사회에 더 큰 가치를 마련해주는 존재라면 그는 사회의 의사라 해도 좋다.

사회의 의사는 사회의 흐름에 스스로를 묻어 버릴 수는 없다.

사회의 맥을 짚어 그 기본을 바로 잡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앞장서 험로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엘리트에게는 사심없는 헌신과 고통이 일상적인 가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한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지켜보면서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짧은 경험이나마 한가지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는 다음 세대에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줄 전통은 고사하고 대학 졸업자라면 마땅히 체득해야 할 고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없게 하는 구조적인 상황이 우리의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지혜를 섭렵하여 그 본질적 가치를 되새김질하지 못하는 교육내용이 결국 엘리트들을 '게이트'의 희생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험난한 국제환경 속에서 향후 민족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위한 해답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그것은 대학이 단순한 취업준비기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먼저 지성과 교양이 대학 본래의 모습이 되어 그것들을 고전에서 얻게하는, 즉 미래를 열기 위해 과거의 지혜를 소중한 거울로 삼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대학에서 교육돼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취업과 어학훈련, 그리고 산학협동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엘리트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임오년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유난히 밝은 것 같다.

그 맑고 밝은 역사적 흐름의 한 가운데 있는 우리 대학들이 동서양의 고전을 교양으로 가르침으로써 우리 꿈나무들을 완벽한 지성인으로 키우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