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교신자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 활동가인 오태양씨가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한데 이어 평화인권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달내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원 모임'을 결성키로 해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시민단체들은 "종교적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야 한다"며 이들의 대체 복무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찬성 /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1,600여명이 집총을 거부하여 징역을 살고 있다는 것이 한 주간지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각종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집총을 거부하여 징역을 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건국 이래 같은 죄목으로 징역을 산 사람들이 1만여명이 넘고, 현재 징역을 사는 사람들의 규모가 1,6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가 사회적 논란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빨갱이에게 무슨 인권이냐 라며 도외시되던 장기수 문제가 1990년대 한국인권문제에서 핵심쟁점이 되었다면, 이제는 국가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의해 사회적인 왕따가 되었던 특정 종교의 신도의 보편적 인권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오랜 동안 지배해 온 국가주의, 군사주의의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해 준다면 과연 누가 군복무를 하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현역근무자들이 느끼는 엄청난 박탈감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이다.
현 징병제도는 징병 적령기의 건장한 남성이면 누구나 군복무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종 병역특례나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현역복무를 면제받는 사람들의 숫자는 20만명에 육박, 현역입대자수를 상회한다.
이 문제는 각종 특례를 줄여 징병적령기의 청년들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역근무를 하게 하는 대신, 현역복무기간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현역복무자의 급여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 한국 사병이 26개월 복무하고 받는 월급 전액을 합쳐도 같은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만의 사병의 1개월 급여에 미치지 못한다.
대다수의 기독교도들은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보고 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특혜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삼는 근대국가에서 이단 문제는 종교 내부에서 풀어야 할 것이지, 국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은 죄목으로 징역을 살아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과학기술과 첨단무기가 고도로 발전한 현대에 60만 대군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강력한 국방을 위한 효울적인 자원관리인가 하는 문제를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매년 600여명의 젊은이들이 징역을 살아야하는 현실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반대 / 김두성(한국병역정책연구소 이사장)
병역의무는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민주주의 시민정신의 기초인 동시에 국가존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이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외침을 받고서도 오늘의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보편적이고 선량한 양심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전후방 각지에서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일각에서 병역(집총)거부자들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전과자 양산 방지, 소수자의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인권문제로 오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역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전통, 안보여건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서 징병제를 채택하는 국가에 있어서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현역복무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보충역(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을 포함한 병역의무자 모두가 부담하는 4∼6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복무만료 후 8년간의 예비군 임무까지 모두 면제하는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병역거부자는 이에 대해 대체복무 기간을 장기화하고 열악한 복무분야에 근무하는 것으로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무기간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일도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것은 단순히 복무 기간이나 복무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누가 생명을 담보로 군복무를 할 것인가"라는 국가존립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군은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으므로 병역거부자들이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한다면 당당하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병역거부의 논거가 되고 있는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신념은 정신세계의 일이고 국가안보는 우리 사회 전체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도 이미 지난해 10월 특정종교 신도들의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허용 주장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환경과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 등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병역의무자간의 형평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 확산은 물론 특정집단에 대한 특혜시비로 국민통합을 해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환경하에서는 결코 허용할 수도 없고 허용되어서도 안된다고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 현황
▽병역거부자들은누구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매년 500명 정도이며 현재 1600여명 정도가 수감중이다.
지금까지 1만명 정도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사람들이며, 제칠일안식일 신도 등도 소수 있다.
▽처벌
입영후 집총을 거부할 경우 군형법상 항명죄에 해당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받는다.
입영 자체를 거부할 경우에는 병역법상의 입영기피죄로 징역 1년 6개월 내지 2년을 선고받는데 최근에는 입영후 집총 거부로 처벌받기 보다 입영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늘었다.
▽외국사례
현재 징병제 아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 하지 않는 나라는 남북한을 비롯 40여개국이며, 징병제는 있으나 대체복무제를 인정하는 국가는 30개국 정도.
대만의 경우 2000년도부터 대체복무제가 인정돼 22~24개월의 군 복무기간만큼 공익봉사활동을 하며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만을 인정한다.
지금까지 '여호와의 증인' 교인인 28명과 승려 3명 등 모두 31명에게 적용됐다.
독일의 경우는 헌법상으로 병역거부권이 보장돼 있어 종교상의 이유를 떠나서 자신이 원치 않으면 군대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병역의무기간이 10개월 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구는 우리나라의 두배인데 비해 병력 수는 우리의 반이다.
우리 국방부는 "독일은 병력자원 남아 그 처리 문제로 고심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추세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8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박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바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유럽인권규약 제9조에 의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에 각 나라별 국내법과 관행을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투옥됐을때 그 사람을 양심수로 간주한다.
우리 국방부는 그러나 국내의 분단현실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라는 입장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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