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산정이 어려운 비상장 주식이라도 장외시장가격 등을 참조해 ‘적극적’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이에 따라 그동안 비상장ㆍ비등록 법인의 경우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 등에게 제3자 배정(사모)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을 저가로 발행, 막대한 부를 변칙 상속ㆍ증여해 온 재벌기업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3부(한위수ㆍ韓渭洙 부장판사)는 3일 K사가 “소량의비상장 주식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것은 부당하다”며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K사가 주주와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LG텔레콤의 비상장 주식을 양도한 전후, 장외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이 주식거래가 이뤄졌고 거래가도 상승세였던 점에 비춰 양도 직전 매매가를 시가로 볼 수 있다”며 “K사가 장외 주식시세에 현저히 미달하는 취득가 그대로 비상장 주식을 양도한 것은 특수관계자에게 회사 자산을 낮은 값에 넘겨회사 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행위”라고 밝혔다.
K사는 1996년 6월 1주당 7,750원에 산 LG텔레콤 비상장 주식 36만주를 3년 뒤인 99년 6월 회사 관계자에게 매입가 그대로 팔고 양도차익을 ‘0’으로 해 법인세를 신고했으나, 세무서측이 양도 직전다른 회사간 거래가인 주당 1만6,800원을 기준으로 10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하자 “1회적, 제한적인 거래가를 기준으로 대량 거래에 대해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삼성SDS가 99년 2월 BW 321만7,000주를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1주당 7,150원(전체 가격 230억원)에 발행하고 이중 35%(81억원)를 이재용(李在鎔)씨 등 이건희(李健熙) 회장 자녀와 임원들에게 배정한 것과 관련, 국세청이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자 삼성측이 반발하는 등 비상장 주식의 저가 매각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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