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최초의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시각장애를 이유로 대학 입학을 거절당했던 장애인이 인생의 항로를 바꿔 삼수 끝에 한양대 법대에 수석으로 합격,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 대학입시에서 한양대 인문계열수석을 차지한 김훈태(金勳泰ㆍ20ㆍ시각장애 6급)씨. 김씨는 선천성 백내장을 앓아오다 중학교 때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어린시절부터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 2000년 입시에서 서울교대에 합격했으나 ‘교정시력 0.4 이상’이라는 교대의 신체검사 기준에 걸려 합격을 취소당했다.
하지만 김씨는 장애에 대한사회의 차별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합격취소 결정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2000년 2월 교대측으로부터 소송취하를 조건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시련에서 얻은 경험으로 “힘없고약한 이들을 돕겠다”며 법대 진학을 결심했다.
“비록장애를 지니고 살지만 웬만큼 익숙해지면 비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장애인이란 이유 하나로 최소한의 고려조차 없이 당하는 차별은 참을 수 없었어요.”
김씨는 올 입시에서 수능 과목평균으로도 전체 수험생 상위 1%대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장애인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제 경험처럼 알지 못해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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