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일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신년 인사회를 갖는 자리에서 ‘정치 불개입’을 다시 한번 선언했다. 그것도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고 “당 문제나 항간의 정당 만들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이었다.정치 불개입 입장을 3부의 고위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신년 인사회에서 거듭 밝혔다는 사실은 자신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점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정치 개입의 유혹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김 대통령의 정치개입이나 정계개편 관여 가능성을 염려하는 야당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임기 말에 여야가 대권경쟁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위상과 힘을 이용하거나 공격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메시지이다.
김 대통령이 “3대 과제, 4대 행사에 전력을 다함으로써 도약의 기반을 닦아 다음 정권이 부담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이 같은 의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임기 말 국정이 안정돼야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국가운영이 용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통령은 정치 불개입 의지를 천명하면서 국민과 정치권에도 쓴 소리를 하나 던졌다. 정치발전이 이뤄지려면 지역감정과 학연 등에 얽매여있는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 아르헨티나 사태를 직시하자”는 언급에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극심한 정쟁을 불사하는 정치권에 경고 하는 측면도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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