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희곡 당선자 김재엽(金載曄ㆍ29)씨는 요즘 ‘극단 파크’의 창단 준비로 분주하다. 첫 공연으로 자신이 쓰고 연출하는 희곡 ‘개그맨과수상’을 5월 중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그는이미 한국극작가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한국 연극’ 창작극 공모에 당선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신춘문예라는 ‘좁은 문’은 그를 유혹했고, 지난 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리허설’이라는 작품을 응모해 최종심까지 올랐다. ‘페르소나’를 들고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린그에게 좁은 문은 열렸다.
‘페르소나(persona)’는 원래 연극배우가 쓰는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지금은 인생이라는 연극의 배우인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김씨의 당선작 ‘페르소나’는 다소 난해한 작품이다. 거칠게 줄인다면 ‘연출가가 죽음을 피해가는 과정’이지만, 이 내용은 연극 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겹친다.
연출가가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과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 속 연극, 실체로 등장하는 죽음과의 대화 등이 장면마다 엇갈려 나온다. “죽음이 항상 곁에서 존재한다는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김씨는 헌 책을 모으고 읽는아버지를 따라 문자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특히 미국 소설가 레이몬드 카버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 최수철 이인성 같은 관념적인 소설가의 작품에끌렸다. “이렇게 관심이 편중된 것이 한계가 된다는 것을 안다”고 김씨는 말한다.
“구체적인삶에 바탕을 두어야 긴장된 추상성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그는 이제 보고 듣고 겪은이야기를 희곡으로 옮기려고 한다.
“작품을무대에 올려 검증받겠다”는 김씨는 한편으로 소설을 쓸꿈도 갖고 있다. 10년 가까이 희곡과 소설을 함께 습작해 온 그는 이제 극작가로 먼저 발을 내디딘다.
▲1973년 대구 출생
▲연세대 국문과,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졸업
▲1999년 월간 ‘한국연극’ 창작극 워크숍 공모에 ‘아홉개의 모래시계’ 당선
“죽음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꼭 탐구해야 하는 소재라고 생각한다”는 김재엽씨.
김지영기자
kimjy@hk.co.kr
■당선소감
‘낮에는 맘 맞는 사람들이랑 연극하고, 밤에는 혼자 처박혀 글 쓰면서 살고 싶은데…’
대학 1학년 가을 무렵이었던가, 인문관 안터에 앉아서 담배 물고 종이컵에 든 커피를 홀짝대면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간혹 ‘앞으로 평생 그러고 살고 싶다’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었는데, 어느덧 다른 것 안하고(다른 것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것만 하다 보니, 진짜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제껏 ‘문학과 연극’을 주식(主食)으로 삼아 지내온 얼마 안 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겨우 얻은 자그만 상식이 있다면, 보이지도 않는 앞날을 미리 내다보려고 기를 쓰고 열정적으로 덤빌수록 그들은 내게서 멀어지는 듯했고, 오히려 하루씩 하루씩만 생각하며 즐길수록 그들은 내게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살아 있는 동안, 하루하루 조금씩 그들과 더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 가지 더 소망이 있다면, ‘문학과 연극’의 진정성이 무언지 깨달을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관념의 한계에서 벗어나 구체성의 세계로의 체험을 하게 되는 날, ‘극(劇)은 책에서 일어나 인간이 되는 시(詩)’라는 로르카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효도하겠다고 말만 하는 막내아들 묵묵히 믿어주신 아버지 어머니,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힘이 되는 형과 누나들, 그리고 수업시절, 강의실에서만 아니라 인생의 길목에서도 늘 스승이 되어주시는 여러 교수님들, 선후배님들, 친구들, 끝으로 광정 선배님을 비롯한 ‘극단 파크’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P. S. 얼마 전에 전신으로 감동받으면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는데, “그래도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하잖아. 행복하냐?”라는 대사가 흘러나왔습니다. 누구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왔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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