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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2)석유는 알라의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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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2)석유는 알라의 축복인가

입력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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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하면 연상되는 석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사막에서 터져나오는 석유는 중동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영원한 풍요의 상징은 아니다.언젠가 고갈될 수 밖에 없고, 또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채굴 비용 등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수 만 달러에 달하는 국민소득, 경제ㆍ사회 구조가 석유를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연동된 사회에서 석유의 고갈과 수입 감소는 국가존속 여부와도 직결된다.≫

이라크, 쿠웨이트와 함께 100년 이상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알라의 선물’ 인 석유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가장 처절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에미리트(토후국)일곱 개가 느슨한 연방제를 이루고 있는 UAE 제2의 도시이자 자체가 한 국가인 두바이는 일찌감치 물류와 제조업으로 승부를 걸었다.

UAE 하루생산량 200여만 배럴 중 10만 배럴에도 못 미치는 매장량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매장량과 관련, 크고 작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중동 각국에 두바이는 국가 미래 전략의 한 전형이다.

제조업이 전무한 현실에서 무역만이 살길이라는 지상명제를 안고1981년 세워진 중동지역 최대 컨테이너항인 ‘제베랄리 자유무역지대’.

세계에서는 7번째 규모인 이곳의 고용인력은 7만 5,000여 명으로 이중4만 명은 지역 내 상주 인구이다.

100㎢가 넘는 광활한 땅에 세계 1,8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베랄리를 ‘제2의 유전’ 으로 만들려는 의지이다.

시설 경호를 맡고 있는 인도 출신의 라술 유수프(63)는 “UAE 전역에서 라마단(금식월)의 규율이 적용되지않는 곳은 이곳 뿐” 이라고 말했다.

이슬람력으로 가장 성스러운 달, 코란이 적은 대로 금식과 절제를 엄격히 요구하는 라마단 조차 희생시킨다는것은 과거에는 어떤 이유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항구 부소장 하산 A 하산(38)은 자유무역지대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공장을 자랑했다.

항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물류항구에서는 보기 힘든 공업지대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두바이의 변신에는 UAE 수도이자 석유매장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아부 다비와의 정치적 타협도 한 몫하고 있다.

돈이 없는 두바이는 아부 다비의 국왕(셰이크)에 연합국의 대통령 자리를 종신 보장하고 자신의 셰이크는 부통령 겸 총리로 내려앉는 정치적 손해를 감수한 대신, 재정 및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 받는 ‘윈윈 전략’ 을 구사했다.

320만 인구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부 다비로서도 느슨한 연합체가 갖는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맏형 노릇을 보장 받는 점에서 손해 볼 것 없는 거래였다.

지난해12월 2일 대대적으로 열린 연합결성 30주년 기념식에서 아부 다비 국왕인 셰이크 자예드(84)는 2000년 미국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을 정도로 나빠진 건강에도 불구, 연합국 대통령으로서 7선에 성공했다.

고속통신망을 갖춰놓고 IT(정보통신) 업계 유치를 위해 지난해 4월단지를 조성한 ‘두바이 인터넷 시티’ 는 21세기를 발 빠르게 맞이하려는 두바이의 한 단면이다.

1930년대 석유가 처음 발견된 바레인에서 걸프전 이후 쿠웨이트를 거쳐 중동의 관문으로 자리잡은 두바이는 중동 석유의 브랜드로서 ‘두바이유’ 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처럼 석유가 없어도 중동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걸프전 이후 중동의 관문 자리를 두바이에 내준 쿠웨이트 역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석유만 믿어서는 안 된다” 는 정부의 달라진 의식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국가가 모두 책임졌던 전기, 수도세등 공공요금을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바꾸고, 재정적자의 주범이었던 의료ㆍ교육비도 과감히 축소했다.

석유 없는 미래의 자손들을 위해 매년 국민총생산(GNP)의 10%를 ‘차세대 기금’ 으로 적립하고 있다.

세금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한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지만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중동에는 UAE 국왕이 살 길이 막막했던 나머지 인도 국왕을 찾아가 인도의 한 주(州)로 편입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 당한 일화가 전설처럼 회자된다.

“사막밖에 없는 땅은 필요 없다” 는 게 당시 인도 국왕의거절의 이유였다.

이후 사막에서 석유가 무진장 쏟아져 나오자 이 소식을 들은 인도 국왕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것이다.

이런 중동이지만 각국은 석유의 보고가 사막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름'샐틈없는 석유시설 보안

“중동의 석유 공장은 알라만이 안다.”

석유시설에 대해 광적이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는 보안을 빗댄 말이다.

이 때문에 상대 국가나 업체로부터의 불평과 불만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석유가 유일한 돈줄이자 사실상 국가의 전부나 다름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이들의 태도를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중동의 석유관련 시설은 모두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아부 다비 국영석유회사인 애드낙(ADNOC), 쿠웨이트석유회사(KOC), 쿠웨이트국영정유회사(KNPC)등의 당국자들과는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만날 수 없고, 내부는 물론 인근 지역에서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적발될 경우 카메라를 압수당하고 간첩으로 몰려 처벌 될 수 있다.

정유와 원유 수송과 관련, 현지 업체와 합작하는 외국 석유 및 건설업체라 하더라도 시추 공장 등 핵심시설에는 아예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

쿠웨이트서쪽 걸프해에 위치한 ‘알-아흐메디’ 최대 국영 정유공장.

석유시설이 아닌 내부 부두공사 현장에 들어가는데도 ‘게이트 패스’ 라는 비자(사증)에다서너 차례 금속탐지기를 거쳐야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

대공포, 레이더가 곳곳에 배치돼 있고 군인들과 정ㆍ사복 차림의 보안요원이 즐비해 마치 군기지를 연상케 한다.

알-아흐메디 정유 공장에서 부두 접안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양형기 부장은 “우리가 맡은 공사현장이지만 매일 출퇴근하는게 비행기 타는 것보다 더 어렵다” 고 말했다.

알-아흐메디=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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