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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2)"대륙이 좁다" "가자, 대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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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2)"대륙이 좁다" "가자, 대륙으로"

입력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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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외국자본에 의존해 저가의 ‘Made in China‘를 찍어내는 세계의 하청기지라는 생각은 이제 착각이다.20년이상의 개방시대를 거치면서 탄탄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기업들은 13억 인구의 대륙도 이미 비좁기만 하다. 동아시아로 향한 남진(南進), 서구로 향한 동진(東進), 다국적기업으로 향한 약진(躍進)을 거듭하며 세계경영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홍콩법인이 발밑으로 보이는 홍콩 글로체스터가(街) 하코트빌딩 26층에 위치한 상하이실업(上海實業). 자동차 부품업체 등 중국에 10여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3년전 홍콩법인을 세워, 지금은 시가총액 기준 홍콩내 25위에 진입했다.

홍보책임자인 펑치밍(憑啓明)씨는 “2,3년내 전세계에서 중국 기업의 TV광고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본토에 은행과 증권사를 두고, 홍콩에서 국제 고객을 상대로 투자은행업무를 하고 있는 중국광대그룹(中國光大集團)의 증서창(曾瑞昌) 이사는 “아시아 경제중심은 이제 중국이다.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 회사처럼 자금조달과 국제적인 영업망 확보를 위해 홍콩에 진출한 중국기업은 2,000여개를 넘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2,200억달러에 달한다. 화교자본의 본거지였던 홍콩이 세계진출을 위한 중국자본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7,000여개 중국 기업중에서도 중국다국적 경영의 첨병은 단연 하이얼그룹(海爾集團). 1999년 다국적기업화를 공식 선언한 하이얼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생산기지를 가동중이며, 네덜란드 멕시코 등에 11개 공장을 건설중이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만난 하이얼의 한 간부는 “다국화를 위한 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우리의 슬로건은 ‘3분의1씩’”이라고 답변했다. ‘3분의1은 중국에서 생산ㆍ판매하고, 3분의1은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며, 3분의1은 해외생산ㆍ해외판매 한다‘는 얘기다.

1984년 설립당시만 해도 50만달러의 냉장고 매출만 있었던 이회사가 20여년만에 세계 160개국에 13억달러 규모의 TV 에어컨 PDA 컴퓨터 등을 수출하는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 같은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하이얼은 이미 일본 히타치를 제쳐 세계 전자업계 9위로 올라섰고,미국과 유럽인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GE, 필립스에 못지 않다. 이 회사 CEO인 장뤠이민(張瑞敏)씨는 2000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30대 기업인중 27위로 선정됐다.

하이얼의 뒤를 이어 창홍그룹(長虹集團ㆍTV), 광둥캉자그룹(廣東康佳集團ㆍ종합가전),백색가전 전문인 춘란그룹(春蘭集團)과 푸젠시아화공사(福建廈華公司) 등이 동남아와 러시아 등에 2,000~3,000만달러 규모의 공장을 세우며 밖으로 나갔다.

1994년 일찌감치 홍콩 증시에 상장, 670%의 주가상승률을 기록중인 중국 PC제조업체 렌샹그룹(聯想集團)도 실리콘밸리에 자체연구소를운영중이다. 렌샹은 1999년이후 아시아 PC시장에서 IBM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시창원(徐長文)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 아시아 연구실장은 중국의‘다국화 러시’에 대해 “한국 재벌들의 성장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중국내 공급과잉과 상대국가와의 무역마찰을 피해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다국적 경영은 중국의 산업기술과 동남아 화상(華商)들의 자금이 손을 잡으면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화상들은 90년대 중반이후 ‘아낌없는’ 대륙 투자에 이어 동남아로 진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공동투자를 하는 등 강력한 동맹군이 되고 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사상 처음으로 본토(난징ㆍ南京)에서 열린 ‘세계 화상대회’에서 “중국이 어머니라면, 해외 동포들은 그 젖을 먹고자라난 자손”이라며 중국기업과 화상간의 ‘필연적 결합’을 역설했다.

홍콩 화교네트워크의 중심인 홍콩총상회(香港總商會) 에바 쵸 국제상무부장은“기술에서 이미 동남아를 추월한 중국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화상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화상들이 지금까지 중국을 도왔다면 이제 중국자본 주도로 중화자본이 일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ㆍ칭다오ㆍ홍콩=유병률기자

bryu@hk.co.kr

■홍콩 출신의 화교(華僑)2세 사업가인 워진밍(伍□明·51)씨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열매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중국계 동남아 비즈니스맨 중 한사람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말레이시아·태국·홍콩 등에 대형 컨테이너 기지를 운영하는 그의 물류회사 '응콩(永康)홀딩스'는 중국 텐진(天津)에 진출,최근대륙과 동남아를 오가는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그는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응콩홀딩스가 1995년 70만 달러를 투자,2년 후부터 수익을 내는 것은 중국계로서 갖는 문화와 언어의 동질성이 큰도움이 ?榴?"고 말한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비롯,세계각지의 3,000만 화교들이중국의 자본주의 깃발 아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대륙을 향해 '북진(北進)'하고 있다.이들은 중국과의 문화적 일체성을 무기로 거대한 대륙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13억 중국인과 아시아 경제의 중추세력인 화교가 하나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해외 이민자와 그 자손으로 형성된 이른바 화교·화상(華商)·화인(華人)들은 전세계 130여개국에 퍼져 뿌리내리고 있으며,혈연(血緣)·지연(地緣)을 통한 이들의 물적 인적·네트워크는 아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이다.특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는 사실상 화교들이 국가 경제력의 60~90%를 장악하고 있다.아시아 1,000대 기업 중 517개가 화교의 소유다.세계화상네트워크(World Chinese Business Network)에는 대만 2만9,021개사,싱가포르 1만5,623개사,홍콩 1만,235개사 말레이시아 5,409개사 미국 1,824개사 등 총 7만4,265개의 세계 각국 화상 기업이 올라있다.말레이시아내 중국계 기업인들의 모임인 중화상회의소(中華工商總會) 창찬천(張燦泉)회장은 "중국은 동남아 화교 사업가에게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광범위한 시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원딩(雲頂)과 YTL코퍼레이션 등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들은 중국내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팜오일 등 농산물 분야도 진출하고 있다.말레이시아정부와 공업협회가 상하이 인근 장쑤성에 조성한 공업단지에는 말레이시아 중소 화교기업들이 대거 입주해있다.

중국 베이징을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선진도시로 탈바꿈시킨 것도 화교자본의 힘이다.톄안먼(天安門) 오른쪽의 아시아 최대 복합빌딩군이라는 둥팡광창(東方廣長)은 홍콩의 화교 재벌 리카싱(李嘉誠)의 작품이다.맞은 편에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선 훙카이 빌딩도 홍콩의 부동산 재벌 궈빙상(□炳湘)형제가 투자한 것이다.대만 화상 왕융칭(王永□)이 이끄는 대만플라스틱은 중국 쑤저우에 70억달러 규모의 대단위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중이다.세계1위의 화상기업인 리카싱의 허치슨왐포아그룹은 상하이 등 중국 9개 도시에서 항만건설 및 관리사업에 수억달러를 쏟아부었고 내년에는 종합병원 건설에 4억3,000만달러를 투자,의료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중국정부는 지난 2000년 해외자본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407억달러 가운데 50~60%를 화교자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교들의북진에 대해 싱가포르국립대 신장섭(申璋燮)교수(국제경제학)는 "세계 경제 불황 여파로 아시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동남아 회교자본들이 중국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게다가 중국이 WTO가입 등으로 시장 불투명성을 상당부분 제거하면서 화교자본으로 끌어들이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공?像?(孔宏江)박사는 "화교기업가들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부를 이룬 자수성가형"이라며 "중국 본토와 화교네트워크가 손을 잡고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아시아 경제에 새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콸라룸푸르=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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