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혜암(慧菴) 스님이 묵은 해의 마지막 날에 생사의 고통을 끊고 번뇌를 떠났다.해인사에는 불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스님은 두타(頭陀ㆍ번뇌의 티끌을 털고 의식주에 탐착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것) 고행으로 살아 온 고승답게 단아하고 깔끔하게 생을 마무리해 중생에게 진한 울림을 주었다.
'장좌불와'(長坐不臥ㆍ눕지 않는 것), '용맹정진'(勇猛精進ㆍ잠을 자지 않고 참선에 열중하는 것)의 일화를 남긴 스님은 불자들의 마음엔 참 선승으로, 세상 사람들에겐 청빈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의 눈으로 본다면 혜암 스님은 '대쪽같은' 사람 이었다.
특히 수행에 있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관리는 엄격하다 못해 혹독했다고 한다.
깊은 수행으로 깨달은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혼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愼獨) 삶의 힘이 죽음보다 어려운 고행을 견디게 하고, 질곡에 빠진 종단을 구하게 한 것이다.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며 새해를 맞은 우리가 오늘날의 우리 사회, 혹은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참된 지도자에 대한 열망과, 왜곡된 자아로 비틀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나의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我身本非有),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心亦無所住)…"
스님이 임종 직전에 써서 남긴 임종 게(偈ㆍ부처의 공덕 교리를 찬양하는 노래 글귀)이다.
큰 스님의 깊은 뜻을 중생이 어찌알 수 있겠냐마는, "나고 죽는 법은 하나인데 어찌 저마다 제 잘났다고 야단인가"라고 꾸짖는 스님의 일갈 이 들리는 것만 같다.
김철훈 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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