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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리이야기…외로운 소년의 세상향한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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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리이야기…외로운 소년의 세상향한 절규

입력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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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이었다. 2년 여 제작기간을 가진 장편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기대가 컸던 만큼 기다림도 길게 느껴졌을 법하다.

2001년 7월에 가진 중간제작발표회에서 일부를 엿볼 수있었지만 완성본에 대한 목마름만 더해졌다. 몽환적 이미지로 가득찬 ‘마리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마리이야기’(11일 개봉)는 분열된 사회와 개인의 소외에 대한 고민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단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연인’ ‘덤불 속의 재’등으로 작가로서 역량을 쌓아온 이성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성장기의 추억을 덤덤하게 곱씹어 보는 성인을 위한 동화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다의 빛깔이 달라지는 어촌. 수줍음 많은 소년 남우에게는 횟집을 하는 할머니, 엄마, 친구 준호, 그리고 고양이 요가 세상의 전부다.

사라진 요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등대에서 신비한 빛을 발하는 구슬을 발견하는 순간, 마치 꿈을 꾸는 듯 준우의 눈 앞에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흰 털로 온몸을 감싼 소녀 마리를 만난다.

가득 부푼 풍선처럼 생긴 물고기새, 솜뭉치처럼 푹신푹신해 보이는 덩치 큰 개 몽이 있는 이상한 세계에서 마리와 남우는 말없이 서로 얼굴을 쓰다듬거나 손을 잡고 하늘을 두둥실 떠다닌다.

짧지만 여운이 긴 환상의 세계는 ‘헤어짐’에 대한 남우의 공포를 치유해준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그런 환상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뱃사람인 아버지를 바다에 잃었고, 가장 친한친구인 준호마저 서울로 떠나려 한다.

할머니는 몸이 편찮고, 엄마는 경민 아저씨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나만 혼자 두고 가지 말란 말이야”는 남우가 환상 속의 마리 뿐만 아니라 현실의 주변인물에게 동시에 던지는 말인 셈이다.

움직임 없이 프레임 단위로 끊어보면한 폭의 수려한 그림으로 여겨질 정도로, 회화적 연출력을 한껏 발휘했다.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특유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인상은 전혀 없다. 배경을 3D로 작업한 후 2D로 재손질했고, 배경에 스며들도록 캐릭터의 윤곽선을 없애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경주의 감포 바다 풍경과 서울 백련사 부근의 주택가를 옮겨놓은 현실은 부드럽고, 바다와 우주 공간의 신비를 모티브로 삼은 환상의 세계는 화려하다.

일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야말로 ‘마리이야기’의 미덕이다.

사춘기 소년 남우와 준호의 심리와 일상, 어른이 돼 정서가 메마른 남우에 대한 묘사는 아름다우면서도 실재에 가깝다.

초등학교 교실 뒷편에 붙여놓은 아이들의 그림은 진짜 수채화 같고, 화장실 벽의 낙서나 곳곳에 붙여놓은 수배 전단지, 눈이 내리지만 무미건조한 도심도 리얼하다.

날씨에따라 채도를 달리하는 바다 빛깔에서 제작진의 정성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성인을 위한 러브판타지라고 하기에는 밋밋하다.

남우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마리의 정서적 교감이 얕다. 남우 엄마와 경민의 감정도 깊숙하지 못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지만, 그 이상으로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병헌(남우), 배종옥(남우 엄마), 안성기(경민)등 인기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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