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옥동자의 탄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옥동자의 탄생

입력
2002.01.03 00:00
0 0

돈에도 귀천이 있다. 세계 어디서나 귀한 대우를 받는 화폐가 있는가 하면 자기 땅에서 조차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 있다.어떤 외국학자가 현존하는 세계각국 돈을 대상으로 '통화 피라미드'를 만들어 보았다.

7층으로 구성된 이 피라미드의 최정상에는 미국 달러화가 우뚝 서 있다.

그 아래 독일 마르크 일본 엔 프랑스 프랑이 '귀족통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등이 '엘리트통화'의 지위를 누린다.

한국의 원화는 다음 서열인 '평민통화'로 분류되어 있으니 중간 계급인 셈이다.

■돈에는 또한 생로병사가 있다. 태어나고 노쇠해 병들어 죽는 자연의 법칙을 거역하지 못한다.

먼 역사를 거슬러 갈 것도 없이 영국 파운드화의 변천이 가까운 사례다.

1백년 이상지존(至尊)이었던 파운드가 급격히 쇠약해지는 것을 지난 세기 인류는 생생히 목격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파운드가 이렇게 영락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반대로 미 달러화는 불과 수십 년 만에 급속 성장해 젊음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파운드가 서서히 시들어간 것이 아니다. 놀랄 만큼 끈기 있게 오래 버티다가 어느날 갑자기 붕괴했다. 1차대전의 혼란이 그 계기다."

미국 경제학자 크루그먼의 이 지적은 파운드가 그랬듯이 달러도 일단 임계점에 달하면 순식간에 추풍낙엽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강력한 파워를 가진 도전자가 생겨날 때 그럴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한다.

실제로 달러는 1980년대 엔화의 도전을 받아 한때 휘청거린적이 있다.

■이런 화폐의 세계에 1일 '옥동자'가 탄생했다.

유럽 12개국의 단일통화 유로가 그것이다. 99년 이미 유로체제가 출범했지만 진짜 손에 잡히는 실물로 유통된 것은 엊그제부터다.

부모가 마르크 프랑 등이니 나면서부터 최소한 '귀족'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로는 '달러를 타도하라'는 숙명적 계시를 받고 태어났다. 태어난 것 자체가 실로 기적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 계시가 이루어질 것인가.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