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으로 해가 막 바뀐 시각,TV에서는 ‘여인천하’의 두 히로인 전인화와 강수연이 나란히 서서 축하를 받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2001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공동수상했기 때문이죠.
연말 방송가는 연일 이어지는 시상식으로 쉴 새가 없었습니다. 시청률 경쟁의 첨병인 드라마에 대한 시상식 또한 빠질 수 없었죠.
방송사마다 ‘연기대상’을 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드라마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던 연기자들이 화려하게 차려 입고 자리를 함께 했지요.
방송사로서는 참석한 모든 연기자가 소중하겠죠. 드라마란 한 명의 주연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때문에 누군가를 선택하고, 누군가는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요. 그것을 ‘공동수상’이라는 묘수로 돌파했더군요.
KBS는 남ㆍ여 우수연기상, 남ㆍ여 인기상, 남ㆍ여 조연상, 신인상, 작가상에서 상을 2명 이상에게주었습니다.
MBC도 TV부문에서 남ㆍ여 최우수상, 남자 우수상, 남ㆍ여 신인상을 두 명씩 뽑았습니다.
고심한 흔적이 가장 역력했던 방송사는 SBS였습니다. 연기상도 단막ㆍ특집, 드라마스페셜, 연속극, 시트콤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남녀 한 명을 선정했죠.
여기에 10대 스타상을 받은 연기자와 신인을 대상으로 한 뉴스타상 수상자 8명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더군요.
연기대상에서 SBS는 약 50개의 트로피를 수상자에게 건넸습니다.
KBS와 MBC도 약 30개의 트로피가 오갔습니다. 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희소가치 때문이죠. 그리고 정상은 나누어 갖기가 힘든 자리이기에 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선물 나눠주듯 가능한 한 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게 무슨 상인가요? 또 그 권위는 어떻게 되고요.
소중한 연기자가 섭섭해할까 봐? 인기연기자를 올해도 잡아놓으려고?
만약 그랬다면 너무 구차합니다. 천하를 놓고 대결하는 근엄한 국모 문정왕후와 대장부보다도 통이 큰 정난정이 그까짓 대상 하나 놓쳤다고 서운해하겠습니까.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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