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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02한국일보 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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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02한국일보 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당선소감

입력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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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심사평 / 구성·문체 탄탄…새길 개척 기대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8편, 심사위원들은 각자가 추천한 인상적인 작품 2, 3편을 내놓고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좁혀나갔다.

노천명에서 취재한 황성윤의 ‘파애(波愛)’가 요즘 사람으로서는 드문 고고학적 감각을 가졌음에 주목했지만, 그 요령부득의 제목이 보여주듯이 시대와의 호흡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장미의 ‘한 잎의 여자’는 감각이 신선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능란하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는 1990년대에 많이 보아왔던 여성소설의 틀, 곧 가출하는 여성의 이야기에 충실하다는 점이 걸렸다.

완성도가 만만치 않은 김경의 ‘불가사리’에도 유의하였으나, 그 신경증적 비관주의가 상서롭지 못하다.

첩으로 살아간 어머니의 죽음과 그 그늘 아래 성장한 아들의 자살로 마감하는 스산한 숙명극의 속내는 결국 감상(感傷)이 아닐까?

심사위원회는 이호경의 ‘모녀 삼대’와 가백현의 ‘돼지’, 2편을 놓고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하근찬의 ‘수난 이대’를 연상시키는 전자는 세대 사이의 소통을 모색하는 따듯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소통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딸을 이해하게 되는 소설적 논리가 자연스럽다.

구투의 제목과 재치문답 같은 결말의 가벼움에서 짐작되듯, 너무 단순한 게 흠이다.

오늘의 농촌현실에서 취재한 후자는 인물의 형상화, 구성의 밀도, 문체의 견실성, 그리고 주제의식, 모든 면에서 두드러졌다.

다만 기성 농촌소설의 틀을 훨씬 벗어나지 못한 게 아쉽다.

심사위원회는 결국 가백현이 오늘날 우리 작단에 더 필요한 신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앞으로 농촌소설, 나아가 우리 소설의 새 길을 개척할 것을 기대하면서 ‘돼지’를 당선작으로 삼았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울러 모든 경선자들의 정진을 빌어 마지 않는다.

심사위원=이제하 김승옥 한수산 최원식

■당선소감 / "아직 소설 잘 몰라 보고 느낀것 쓸뿐"

응모하자마자 신작을 쓰기 시작했다. 신작을 쓰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내가 만드는 새로운 세계에 몰입되었고, 나는 신춘문예에 응모하지 않은 순치라는 이름을 가진 소설 속의 주인공일 뿐이었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 신춘에 떨어져도 소설 한 편을 쓴다는 오기가 있었던지, 당선통지를 받기 전 엉성하게나마 초고를 마쳤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나는 행복하고 기뻤다.

강원도 골짜기에서 서울로 이사온 것이 서른한 살 때였다.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 신문사로 재즈피아노 수강증을 끊으러 갔었다.

집에 돌아와 펼쳐보니 신문사 직원의 실수인지, 내가 어벙했던지 재즈피아노 수강증이 아닌 소설창작반 수강증이었다.

소설도 배우다니 당시 나에겐 신기한 일이었다. 이튿날 수강증을 바꾸러간 나는 슬그머니 소설창작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설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나에겐 소설창작반은 낯설었다. 가장 두려운 것이 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따위의 질문이었다.

결국 5개월 정도 구석자리만 찾아다니다 그만두었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으로 어떻게 하면 집을 빨리 장만하고, 더불어 당구나 고스톱을 잘 칠 수 있을까 하는 잡다한 고민을 하면서 2년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소설에 중독이 되어 있었다. 일상의 고통과 쾌락 뒤에 따라오는 허전함, 그건 바로 소설이 나를 부르는 손짓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문학이니, 소설이니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닫고 듣기만 한다.

나는 오직 내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느낀 것만 기록할 뿐이다. 이런 미흡한 나를 거두어주신 심사위원님들, 소설의 첫발을 딛게 해주신 황충상 선생님, 내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신 최인석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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