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력·생동감…'聖人탄생' 알리는 동물미끈하고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광활한 들판을 거침없이 내닫는다. 임오년(壬午年) 새 해의 주인공인 말은 이처럼 박력있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고구려, 신라, 가야의 왕이나 귀족의 유물과 벽화에는 말 그림과 말 장신구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나오는 말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영매체로 묘사되고 있다. 동부여 금와신화를 보면 말은 한 나라의 군주 탄생을 알려 주는 영물 구실을 하고 있다.
말이 없었다면 금와는 영원히 큰 돌 밑에 사장돼 부루왕은 후계자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말은 성인(聖人)의 탄생을 알리는 예시적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말은 권력 계층만이 선호한 동물은 아니었고 일반 백성들도 민간 신앙이나 속담의 형태로 자주 인용해왔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대칭어로 말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 민족은 말을 친숙한 동물로 여겼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말은 ‘말표 고무신’, ‘말표 구두약’, ‘포니 자동차’ 등의 상품명이나 심벌 마크로 애용돼 왔다.
혹자는 말이 밥그릇, 장신구 등 민간 생활용품에 덜 등장하고 별다른 말 관련 풍속이 없다는 사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또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 아이는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이 퍼져있어 어떤 이는 말을 기피 동물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민간 생활용품에 닭이나 호랑이가 말보다 빈번히 등장하는 이유는 닭과 호랑이가 악귀를 쫓는 능력이 보다 탁월하다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말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의 속설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일본인들은 말띠 여자를 팔자가 사납고 색(色)을 밝히며 남편 운이 없다고 믿고 있다.
이런 속설이 퍼지게 된 이유는 일본 역사상 실제로 몇몇 위인들이 말띠 해에 여자 아이를 낳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속설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나라에 들어와 확산된 것이다.
우리 문헌 어디에도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의 팔자가 세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백마(白馬)는 금은보화를 상징한다. 백마가 집안에 들어오는 꿈을 꾸면 행운이 찾아올 길조이다.
흰색은 상서로운 징조이며 우리 민족과 매우 친숙한 색깔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에게 말띠 해는 격변기였다. 임오군란, 조미수호통상조약체결(1882년), 조선어학회사건(1942년), 신라 우경법 실시(502년)는 모두가 임오년 말띠 해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번 말띠 해에도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일들이 예정돼 있다. 말띠 해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이동식 화백 '쌍마도'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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