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는 더 이상 중국대륙만의 경제가 아니다.중국의 지리적 영토는 본토 대륙이지만, 경제적 영역은 이미 동아시아 전체를 향해 빠르게 동진(東進)및 남진(南進)을 하고 있다.
19억 인구의 거대 동아시아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대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래 중국은 한국경제의 ‘키워드’였다.
세계경제의 무차별적 동반침체와 중국경제의 ‘나 홀로’성장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관심의 초점은 고도성장의 비결, 즉 ‘중국대륙경제’의 내부에 맞춰져 있었다.
질주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위기감과 무한대의 잠재시장에 대한 기대감만이 막연하게 교차했다.
하지만 이젠 시야를 대륙 밖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제대국화는 동아시아 전체시장에 근본적 구도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고, 한국을 포함한 각 국의 생존전략 및 대(對) 중국전략 역시 그 틀 안에서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동아시아는 일본 경제권, 즉 ‘엔 블록’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진행중인 일본경제의 쇠락과 중국경제의 부상은 동아시아 경제권의 리더십 변화, 즉 ‘엔 블록’에서‘위안 블록’으로 전환가능성을 예고한다.(위안화의 불태환성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 상징으로 ‘위안 블록’이란 말을 쓰기로 한다)
물론 ‘위안블록’의 실체가 확립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중국의 경제력이 일본의 리더십을 대체할 수준이 못된다.
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럽연합(EU) 같은 역외 권역화 추세에 맞춰 동아시아도 블록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그 중심은 이제 중국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경제의 ‘패권’을 꿈꾸고 있다. 이미 2000년을 분기점으로 중국의 개방정책은 20년간의 수동적 자본ㆍ기술도입을 넘어 능동적인 해외진출로 전환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연쇄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통해 ‘중화(中華) 경제권’의 큰 그림을 하나씩 현실화해가고 있다.
‘위안 블록’이 가장 꿈틀대는 곳은 동남아.
이 지역 경제의 말초신경까지 펴져있는 거대 화교자본은 인적ㆍ물적ㆍ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중국본토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중국과 동남아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가고 있다.
대만과의 경제적 통합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팽창이 가져올 ‘위안블록’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식은 상이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화교자본의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아왔던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국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처지는 훨씬 절박하다는 사실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새롭게 짜여지는 동아시아 경제질서 차원에서 대응책을 찾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거대 중국에 그냥 빨려들어가거나, 지역협력구도에서 경제적 미아(迷兒)가 될 수도 있다.
산업 통상 금융 등 경제 전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생존전략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일보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위안블록’을 향한 역동적 현장과 각국의 대응을 점검하고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과연 무엇인지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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