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 0시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유로화의 출범을 맞은 유럽 12개국 국민들은 차분한 분위기로 새 통화를 반겼다. 물가 상승 등의 불안도 없진 않지만 환전 비용 절감 등 새 화폐가 낳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새해 벽두 유럽을 지배하고 있다.유로화 출범과 함께 당장 바빠진 곳은 은행과 소매 점포들이다. 유로권 은행들은 전날 늦게까지 역내 20만 대의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유로화 사용 및 환전이 가능토록 정비하는 등 마무리 작업을 끝냈다. 물건 구입 후 거스름 돈을 유로화로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큰 소매 점포들은 평시보다 6~7배 많은 액수의 유로 동전을 준비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점포들은 “상점은 환전소가 아니다”며 아예 구화폐를 받지 않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2,000년 전 로마 데나리우스화 이후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유통될 유로화는 2월 말까지 구 화폐와 혼용된 뒤 3월부터 유일 화폐로 정착한다. 발행될 유로화 총액은 모두 6,487억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금까지 150억 유로의 지폐와 510억 유로의 동전을 발행해 1차 배포를 마쳤다. 구 화폐는 6월까지 은행에서 환전 가능하지만 그 이후는 휴지 조각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유로화의 성공을 장담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2차 대전 후 마르크처럼 유로도 국제통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기축통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로화가 통용되면 EU는 세계 경제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로권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유로화의 성공은 영국의 이익에 합치할 것”이라며 성공을 기원했다.
폐기되는 각국 동전들은 앞으로 2년간 수거 후 새 화폐로 거듭나거나 기념물 주조,자선단체 기부 등에 쓰일 전망이다. 특히 적십자사, 국제사면위원회 등 단체들은 두 달 전부터 동전 기부 운동을 펼쳐 상당 액수의 기부금을 모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