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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통화 혁명' 유로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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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통화 혁명' 유로시대 열렸다

입력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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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12개국서 화폐통용유적의 도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 등 수백년된 건물 하나 하나가 미술품인 이 도시는 요즘 집값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1년 9월말 현재 주택 가격은 평방미터(㎡) 당 36만9,568 페세타. 2000년 말에 비해 20%나 상승했다. 스페인 주요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메트로바세사의 2001년 4분기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31%나 늘어났다.

스페인 정부는 마드리드의 주택가격 이상 급등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유로화 도입을 꼽는다.

지하경제 규모가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스페인에서 일부 부유층과 마피아들이 유로화 통용을 앞두고 부동산 매매를 통한 ‘돈 세탁’에 적극 나서면서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은행 노조는 1월2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유로화 전환작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의 업무량 과다, 유로화 통용 이후 은행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1세기의 통화 혁명’으로 불리우는 유로화 통용이 일부 계층에게는 엄청난 불만을 안겨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로 시대’의 날이 밝았다. 1월1일0시를 기해 유로랜드 12개국의 모든 현금 인출기에서 빳빳한 유로 지폐가 일반인들에게 공급되고, 대형 유통점을 비롯한 모든 상점에서 유로화 결제가 시작된다.

유로화 통용은 당분간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로화를 미 달러와 함께 양대 기축통화로 부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거대 유로통화권이 형성된다

유로 지역은 물론 서유럽과 동구,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범유럽경제권에서 유로화가 주된 무역결제통화로 자리잡으며 달러체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유로통화권을 형성하게 된다.

환전비용 절감 등 유럽연합(EU) 경제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독일경제인협회는 비용절감 규모를 매년 GDP의 0.5~1%(200억~400억 마르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율변동위험 소멸, 시장 확대, 가격투명성 증대 등은 비효율적인 일부 기업를 제외하면 글로벌 기업활동에 있어서는 엄청난 수익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화 도입과 함께 구조개혁이 이뤄질 경우 유로지역 경제가 2010년까지 3%포인트 추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점차 유럽 유통채널을 장악함으로써 시장 집중화는 심화하고, 내수 시장에 안주하던 중소업체들이 국경을 넘어선 시장 개척에 주력함으로써 유럽 경제의 자급자족체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메트로, 딕슨, 킹피셔 등 유럽 10대 유통업체의 시장점유율이 1999년 36%에서 2002년 말 59%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른 바나나’지역을 잡아라

프랑스 르노는 최근 벨기에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거점을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집중했다.

필립스는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서유럽 내공장을 축소하는 대신 폴란드, 헝가리 등에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소니는 체코와 헝가리 내 생산거점을 대폭 확충했다.

프랑스 타이어메이커인 미셀린은 유럽내 200여개 유통망을 20여개로 통합했고, 미쓰비시는 유럽내 9개 거점을 총괄하는 유럽 통합판매법인을 네덜란드에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선진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길게는 5~6년 전부터 유럽경제권 통합에 대비한 준비를 서둘러왔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가별 마케팅에서 탈피해 언어와 문화를 축으로 한권역 중심의 마케팅으로 서둘러 전환하지 못하면 금새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목되는 권역은 유럽시장의 핵심인 ‘푸른 바나나(blue banana)’ 지역. ‘영국 중부 베네룩스 3국 독일 라인강 지역 탈리아 밀라노’ 에 걸쳐 바나나 모양의 벨트를 형성한 이 지역은 유럽에서 중상위층 소비자들이 집중 분포돼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金得甲)수석연구위원은 “유럽 시장에서 국내 상품은 아직도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돼있는 만큼 소비계층이 몰려있는 권역을 중심으로 마케팅과 IT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유럽 대형 유통업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로화 통용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업체가 직접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시장 정보와 경영 자원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

이밖에 ▦ 유럽내 조달 및 판매 거점 통합 ▦ 현지 물류기지 구축 ▦ 지주회사를 통한 유럽 현지법인 총괄 등도 유로존 공략 전략으로 제시된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姜善求) 부연구위원은 “유로 지역은 현재 우리의 제2 수출지역이지만 곧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무한한 수익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동일제품 국가별 가격차 명확해져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가 최근호(12월20일자)에서 발표한 ‘빅맥 지수’를 보면 유로지역의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가격은 2.42달러. 유로로 환산하면 2.72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유로존 각 국의 사정은 같지 않다. 프랑스에서 빅맥의 가격은 18.50프랑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4,500리라, 독일에서는 4.99마르크, 스페인에서는 375페세타에 팔린다. 이를 유로로 환산하면프랑스에서는 2.82유로, 이탈리아 2.32유로, 독일 2.55유로, 스페인 2.25유로가 된다. 프랑스의 빅맥 가격이 스페인보다 25%나 비싸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 집행위가 최근 발표한 ‘EU시장내 가격 격차(1999~2000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의 경우 EU 가격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이탈리아는 133에 달한 반면 핀란드는 79에 불과했다. 생수의 경우 격차가 더욱 심해 아일랜드(145)는 스페인(39)의 3배였고, 29인치 칼라TV(소니)의 경우 포르투갈의 가격지수가 82인데 비해 프랑스는 115나 됐다.

유로 통용은 이처럼 나라별 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가격 수렴 현상을 빠르게 진행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차가 고착화하면 프랑스 빅맥 고객들이 가만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종 특성,시장 구조, 유통업체의 파워, 나라별 세제 차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점차적으로 가격 격차가 5~10% 이내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휴렛팩커드의 경우 가격차 유지를 위해 제품 사양,기능, 소재, 포장 등을 나라별로 달리하고, 네슬레는 나라별 소비자 기호에 따라 제품과 가격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편법적인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보통 소비자들을 유인할수 있는 경계가격은 소수점이 ‘99’로 끝나는 가격. 예를 들어 독일에서 4.99마르크이던 상품을 유로 고정환율로 환산하면 2.55유로이지만 전환 과정에서 2.99유로로 바꿀 경우 17.3%의 가격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2월말까지 상품에 유로와 자국 통화가격을 모두 기재토록 하는 ‘이중가격표시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편법 가격 인상’ 시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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