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의 시위ㆍ약탈 등으로 한때 무법천지화 했던 아르헨티나 사태가 임시과도정부가 들어선지 1주일만에 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 내각은 29일 출범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시민들의 폭력시위가 재발하자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또다시 5월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정부의 예금 인출액 제한조치 철회와 부패 각료 해임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처음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10대 소년 한 무리가 대통령궁에 진입하려는 순간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폭력 양상으로 격화됐다.
시위대 중 일부는 29일 새벽 의사당 건물에 난입, 불을 지르고 집기를 마구 부수기도 했다. 이들과 충돌 과정에서 전직 경찰관이 쏜 총에 10대 3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또 경찰관 12명이 부상, 이중 6명은 중태이며 시위대 33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시위 시작 몇 시간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을 지낸 부패 정치인으로 시위대의 표적이 된 카를로스 그로소 대통령 수석보좌관이 사임했다.
이로써지난 21일 30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페르난도 델라 루아 전 대통령 정권을 퇴진시킨 아르헨티나 사태는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시위에 참여한 변호사 디에고 푸마갈리는 “위정자들은 지난 시위 때 시민들이 보낸 메시지를 이해 못했다”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부패 없는 새 정치체제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 29일 잇달아 사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긴밀한 협조속에 지속적인 경제회생 대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IMF를 통해 아르헨티나에 ‘기술적 지원’을 해줄 용의가 있다”며 “다만 그 전에 먼저 아르헨티나 정부가 그에 합당한 재정ㆍ금융정책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아르헨티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의 가능성은 배제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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