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핵심 인물의 미국도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국민에게 우롱당한 느낌을 준다. 검찰이 지난 해 덮은 의혹의 철저한 재수사를 다짐할 때도 미심쩍은 구석은 있었다.그러나 진씨의 정ㆍ관계 로비를 도맡았던 인물이 멀리 달아난 상태에서 출국금지와 현상수배 등으로 공연히 부산을 떨었다니 어이가 없다.
검찰이 하는 일이 그 모양이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김재환씨 도피에 얽힌 의혹부터 설득력있게 해명하기 바란다.
검찰은 지난해 진씨 사건 수사에서 김씨가 핵심 로비스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를 김은성 국정원 차장이 폭행한 사실과 김 전 차장의 게이트 연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이어 검찰이 재수사 결정과 함께 출국 금지한 것은 이틀 뒤인 15일이다.
그 사이 14일 김씨가 출국한 사실을 지금껏 몰랐다는 것이다. 출국신고서가 전산 입력되는데 하루 이틀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16일 문서로 정식 출국 금지하고 현상금까지 내걸고 추적하면서, 출국 사실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일반의 상식을 얕잡아 보는 듯한 모멸감마저 준다.
김씨가 검찰 재수사 결정을 예견하고 달아 나는 것을 도운 세력은 여러 갈래로 의심할 수 있다. 김씨가 진씨의 앞잡이로 정치권과 국정원에 로비자금을 뿌린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측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검찰이 진씨 사건과 관련해 횡령혐의로 기소, 올 10월 중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런 인물을 법무부 출입국관리 당국이 그냥 내보낸 것을 단순한 허점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검찰이 그의 신병 확보를 위해 진정으로 애썼다면, 출국 경위를 소상하게 규명해야 마땅할 것이다.
검찰은 정현준 게이트 수사 때도핵심 로비스트들이 해외로 달아난 뒤 출국 금지하는 늑장 대응으로 의혹을 샀다.
사건을 적당히 마무리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핵심 증인들의 해외도피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번에도 김씨를 붙잡아 제대로 수사할 경우, 정치권과 권력 주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본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검찰은 엉성한 수사를 비웃는 질책이 지나가기를 기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자세로는 진씨 게이트 재수사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고, 검찰과 정부의 권위는 한층 추락하기 십상이다.
국민의 기대와 상식을 외면하는 수사로 뭘 얻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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