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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씨, 본보 특종보도후 美도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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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씨, 본보 특종보도후 美도피까지

입력
200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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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이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김씨의 발빠른 출국이 국정원 일부 세력 등 김씨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던 측과의 협의 아래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김씨는 ‘김은성 국가정보원 2차장이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 등 부하직원을 동원해 호텔 안가에서 진승현게이트의 핵심인물인 김재환씨를 폭행했다’는 본보의 특종보도(11월13일자 31면)가 나간 당일 아침 이미 출국을 결심한 듯 공항을 행선지로 해 움직였다.

본보 기자는 13일 새벽 김씨를 접촉하기 위해 평창동 자택을 찾았으나 김씨는 오전 8시께 경찰에 112 신고를 하는 등 만나기를 꺼렸다.김씨는 오전 9시10분 간편한 정장 차림으로 황급히 집을 나서다 기자를 보자 자신의 승용차에 오르지 않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큰 길쪽으로 걸어갔다.

김씨는 뒤쫓아가는 기자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때부터 2시간여의급박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하차한 김씨는 곧바로 지하철을 탄 뒤 종로3가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탔다.

행선지를 묻자 김씨는“공항으로 간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 눈시울을 훔치던 김씨는 돌연 여의도역에서 하차했다. 김씨는 기자가 줄기차게 따라붙자이를 따돌리기 위해 택시로 갈아타려 했지만 동승하려던 기자와 실랑이 끝에 포기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으로 되돌아왔다.

김씨는 “답답합니다.전 아무 말도 한적이 없습니다”라며 기사 내용을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한숨만 내쉬었다.

오전 10시30분 뿌리치듯 다시 집으로 들어간 김씨는 10분 뒤 한국디지털라인 사장 정현준씨에게서받은 그랜저XG 승용차 대신 ㈜골드오일 소유의 아반떼XD를 타고 사라졌다.

1시간쯤 지나 운전을 했던 김씨의 아들은 돌아왔으나 김씨는 보이지 않았다.김씨의 행적은 오후 3시께 롯데호텔 27층 비즈니스 룸에서 목격됐다. 이곳에서 김씨는 “본보의 보도에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의 팩스를 본사를포함한 각 언론사에 보냈다.

김씨는 이전에도 자신의 행방을 감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김씨는 평창동 자택에 있을 때는커튼으로 실내를 가리고 조명과 초인종은 늘 꺼놓는 방식으로 외부인의 눈을 속였고 연락을 취할 때도 공중전화만 이용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장로로 있는 K교회에는 매주 일요일 모습을 나타냈다. 교회에까지 기자가 찾아오자 당혹스러워하던 김씨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전과는 달리 취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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