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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난센스' 꺽기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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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난센스' 꺽기 단속

입력
200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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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유분수지, 삼국시대 공무원들 아닙니까?"(모 은행 지점장)재정경제부가 '꺾기'(구속성 예금) 단속 강화를 골자로 한 서민생활 안정방안을 내놓자 은행들은 '희대의 난센스'라며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서슬 퍼런 감독당국이 오랏줄을 휘두르며 으름장을 놓는데 당사자들이 긴장은 커녕 코웃음을치는 이유가 뭘까.

꺾기란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그 대가로 예금을 유치하는 관행을 말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나 중소기업주에게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강제로 예금을 들게 한다면 불공정 상행위로 마땅히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도대체 어느 적 얘기냐는 것이다.

은행들의 속사정을 한 꺼풀만 벗기고 들여다보면 꺾기 단속이 왜 '난센스'인지알 수 있다.

요즘 은행가의 화급한 당면과제는 '남아 도는 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대기업의 투자위축과 경기침체로 금고마다 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일선 지점장들은 발이 닳도록 뛰며 '대출 세일'에 나서고 있고, 만나는 이마다 "돈 좀 빌려가라"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콜금리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고객의 예금(부채)마저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은행경영에서 '예금목표'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며 "술 사주고 밥 사줘 가며 대출경쟁을 하는 판에 예금 단속을 강화하겠다니, 발상이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웃었다.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이나 잘못 짚었다는 조소다.

변형섭 경제부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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