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인에게 올 한해는 악몽(惡夢)의 해, 오명(汚名)의 해로 기억 될 만하다. 벤처거품이꺼지면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 갔고, 각종 ‘게이트’에 벤처기업인들이 연루되면서 부패한 집단인양 손가락질 당했다.그러나 일부 벤처기업인의 타락상과 무관하게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에도전하는 벤처정신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활로를 여는 희망이다.
국내 게임산업을 석권하고 세계무대를 공략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金澤辰ㆍ34)은 그러한 희망의 불씨를 밝혀주는젊은 벤처기업인이다.≫
/ 편집자주
“올 한 해는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 해였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사장은 올해 온라인게임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의 저력을 세계에알린 장본인이다.
그는 국내에서 아이들의 오락거리로 치부되던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온라인 게임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수출을 통해 100억원 이상을 벌여 들였다.
덕분에 그는비즈니스위크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등 해외 유력경제지로부터 각각 ‘아시아스타상’과 ‘변화를주도한 인물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미국 진출은 리니지 영문판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8월 설립한 현지법인 엔씨인터랙티브를통해 이뤄졌다.
올해 5월에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지사격인 엔씨오스틴을 추가로 설립, 세계적인 게임개발자인 리차드 개리엇을 430억원에 영입해업계에 화제가 됐다.
리니지 영문판은 미국에서 2만명의 온라인 회원을 거느리며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6월에는 대만게임업체인 감마니아와 손잡고 엔씨감마니아를 홍콩에 설립, 중국어로‘리니지’ 게임서비스를 시작하며 대만에 입성했다.
현재 중국어판리니지는 대만에서 온라인게임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8월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일본에 엔씨저팬을 설립, 리니지의 일본어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며10만명의 회원을 확보, 성공적인 첫발을 디뎠다.
이를 위해 김사장은 올해 3분의 2가량을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 살았다.연말연시도 일본을 거쳐 출장중인 미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내년 1월에 유료화를 단행할 일본어판 리니지게임과 내년 1월7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열리는 맥월드엑스포에서 선보일 매킨토시용 ‘리니지’게임의 막바지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김사장이 이처럼 바쁘다 보니 정작 국내 직원들도 얼굴을 못 볼 때가 많다. 그래서새해에는 ‘사장아저씨’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직원들의 희망이다.
‘사장아저씨’는 사내에서 통하는 김사장의 또다른 호칭으로 격의없는회사분위기와 그의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요즘 김사장의 고민은 ‘리니지’의성공신화를 잇는 후속작의 개발이다. “높아진 이용자들의 기대치를 맞추는 게 고민입니다.” 리니지 애호가들이 기대하는 ‘리니지2’는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완료돼 내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리차드 개리엇이 개발자로 있는 엔씨오스틴에서도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온라인 역할분담형게임(RPG)인 ‘타뷸라라사’를개발중이다.
“게임은 언어와 문화장벽에 구애받지 않는 뛰어난 문화상품입니다. 그만큼 수출이 쉽죠. 특히 온라인게임은 인터넷으로 전세계인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그는 온라인게임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일부의 견해를 “국내만바라본 좁은 식견”으로 일축하고 있다.
내년에는 엄청난 인구가 도사린 중국시장과 온라인게임업체로는 전인미답의시장인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해외에서 리니지의 신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세계시장을 향한 김사장의 신년 각오이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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