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핵심은 수험생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 진로에 따라 원하는 영역이나 교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도록 한 것이다.또 실업고 출신 수험생을 위한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되고 제2외국어영역에 아랍어와 한문이 추가된다.
현행과 달리 응시할 영역을 먼저 선택한 뒤 그 영역 중 다시 선택한 과목만 시험을 치르는 수리와 사회탐구ㆍ과학탐구ㆍ직업탐구 영역이 특히 많이 달라진다.
▼응시원칙
평가영역은 언어, 외국어(영어), 수리, 사탐ㆍ과탐ㆍ직탐, 제2외국어ㆍ한문등 5개영역이다.
현재는 5개영역 모두를 응시하도록 하고 제2외국어만 선택으로 돼 있으나, 개편안에서는 모든 영역이 선택으로 바뀌어 1개 영역만볼 수도 있고 모든 영역에 응시할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고3 말에 한번 시험을 치른다는 방침이지만, 수험생별 선택과목이 워낙 다양한 점을 고려해 이틀 정도로 나눠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출제범위는 원칙적으로 초등학교에서 고교 1학년까지 10년간 배우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교과목은 간접적으로만 포함되고 고교 2,3학년 때 배우는 ‘심화선택교육과정’ 교과목 위주로 출제된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내신성적을 통해서 평가하게 되며, 심화선택교육과정도 결국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기초로 배우게 돼 간접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영역별 평가내용
언어와 외국어영역은 현 수능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처럼 통합 교과적인 문제로 출제돼 출제범위가 특정한 교과목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수리영역은 ‘가’형의 경우 7차교육과정 심화선택과목인 수학Ⅰ과수학Ⅱ와 함께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등 3개 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해 본다.
‘나’형은 수학Ⅰ을 본다. ‘가’형은 현재의 자연계(공통수학+수학Ⅰ+수학Ⅱ), ‘나’형은 현재의 인문계(공통수학+수학Ⅰ) 수리영역과 거의 출제범위가 같지만 ‘가’, ‘나’형 모두 지금보다 다소 어려워질 전망이다.
‘가’형에서 보는 7차교육과정상의 수학Ⅱ는 간단한 일차변환과 행렬, 삼각함수 등이 없어져 지금보다 부담이 덜어지는 듯 보이지만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등 3개 심화선택과목 중 하나를 별도로 택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수학Ⅰ을 보는 ‘나’형은 현재 인문계 수리영역과 유사하지만 현재는 공통수학 출제비중이 70%, 수학Ⅰ 비중이 30% 인데 반해 7차교육과정에서의 수학Ⅰ은 공통수학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역시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탐ㆍ과탐ㆍ직탐 영역은 영역별로 응시하지 않고 선택과목별로 시험을 치른다.
사탐의 경우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한국근ㆍ현대사, 국사, 세계사, 법과 사회, 정치, 경제, 사회ㆍ문화, 윤리(윤리와사상+전통윤리) 등 11개 과목 중 최대 4과목을 택해 응시할 수 있다. 과탐은 물리Ⅰ, 물리Ⅱ, 화학Ⅰ, 화학Ⅱ, 생물Ⅰ, 생물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 등 8개 과목 중 역시 최대 4과목을 택할 수 있다.
이때 물리Ⅰ+화학Ⅰ+생물Ⅰ+지구과학Ⅰ을 볼 수는 있으나 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로 볼 수는 없으며 Ⅱ교과목은 최대 2개까지만 응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개 물리ⅠㆍⅡ와 화학ⅠㆍⅡ를 보는 등의 조합이 많을 전망이다.
신설된 직탐은 영역은 실업계고 학생들이 사탐ㆍ과탐 영역 대신 선택해 볼수 있다.
실업계열 전문교과를 82단위 이상 이수한 학생에게만 응시기회를 주기 때문에 일반계고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응시하기 힘들다.
반드시 선택해야하는 과목은 농업정보관리, 정보기술기초, 컴퓨터일반, 수산해운정보처리 등 컴퓨터 관련 4과목 중 1가지이며, 농업이해, 농업기초기술, 공업입문, 기초제도, 상업경제, 회계원리, 해양일반, 수산일반, 해사일반, 인간발달, 식품과영양, 디자인일반, 프로그래밍 등 13개 과목 중 에서는 최대 2개를 택할수 있다.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기존의 6개 외국어에 아랍어가 포함되고 한문도 추가돼 총 8개 과목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한문은 기존에 언어영역에서 다뤄졌으나 별도로 분리된 것은 한의학과나 동양사학 계열 등의 필요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성적, 표준점수·영역별등급으로 표시
2005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의 성적표 양식도 크게 달라진다.
우선 수험생이 응시하는 모든 영역 및 교과목이 ‘선택’으로 바뀜에 따라 현행 수능 통지표에 포함돼 있는 종합등급이 사라진다.
또 영역별 원점수와 원점수에 의한 백분위 점수 등이 없어지는 대신 모든 성적은 표준점수로 표기되며, 영역별 또는 과목별등급이 함께 제공된다.
또 언어와 외국어(영어)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하게되므로 현행처럼 영역별 표준점수와 등급도 폐지된다.
대신 현재 제공되지 않는 선택 교과목명이 명기되고, 이들 교과목마다 표준점수와 등급이 제공된다.
이에 따라 수험생 입장에서 자신의 영역별ㆍ과목별 점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 지를 전혀 알 수 없게 돼 시행 초반에는 대학 및 학과 선택에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개편안 문제점
2005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제7차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면서 기존 수능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은 절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편식공부’나 이에 따른 ‘교실붕괴’, ‘자연계 몰락’, ‘사교육 폭증’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개편안은 대체로 인문계열은 사회탐구를, 자연계열은 수리와 과학탐구를 미리부터 ‘집중’공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일찌감치 응시할 영역 및 과목을 보다 깊이있게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과목만을 ‘특화’해 가르치는 사설학원단과반으로 몰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자연계 기피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 어려운 수리 ‘가’형 및 과탐을 피하려는 학생이 많을 전망인데다, 내신에서도 선택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리와 과탐 과목 수강생이 크게 불리해 질 수 있다.
한양대 배영찬(裵榮粲) 입학관리실장은 “고교에서 일부 과목만 집중하다보면 대학에서 고교 기초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선택제’도입으로 고1 때부터 인문계학과 지원자는 수리와 과학탐구를, 자연계 지망자는 언어와 사회탐구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편식공부’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일선 고교에서는 자연계열 학과는 일정 수학ㆍ과학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에게만 지원자격을 주거나, 선택과목의 난이도를 고려한 내신산출 방법을 마련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 일선 고교 교육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 학습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같은 계열의 학과라도 대학 별로 반영하는 영역과 선택과목이 다를 경우, ‘복수지원’이나 ‘안전판 마련’ 등을 위해 대부분의 과목을 두루 공부해야 할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총 48개나 되는 시험 교과목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문제나, 선택이 천차만별인 수험생의 고사장배치와 같은 시험관리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적지 않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문답풀이
2005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5개 영역을 반드시 치러야 하는 현체제와 달리 원하는 영역ㆍ과목만 골라 응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수능체제와 달라지는 내용을 문답풀이로 정리해 본다.
-어떤 영역을 선택해야 하나.
“지원할 대학에서 어떤 영역ㆍ과목을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학이 학과ㆍ계열별로 반영영역과 영역별 가중치 등을 2002년 말까지 미리 공고하므로 이에맞춰 공부하면 된다.”
-직업탐구영역은 실업계고 출신만 볼 수 있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실업계 관련 교과목을 82단위 이상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계고 학생이 응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업계고수험생은 직업탐구를 선택하지 않고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를 선택해도 된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늘어나나, 줄어드나.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선택과목을 공부하면 학습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소수 교과목을 선택해 심층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진로를 미리 정하지 못하면 여러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는 진로를 미리 정한 학생보다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출제범위에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교과목이 제외된 이유는.
“고1 때까지 배우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고2,3 때 심화선택교과목을 배우기 전에 반드시 앞서 배워야 하는 기본단계의 교육내용이다. 이에 따라 심화선택교과목을 평가하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셈이다. 수능은 통합교과적 출제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도 사실상 출제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소홀히 하면 안된다.”
-성적표시 때 원점수와 총점등급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모든 영역이 선택이므로 각 영역에 응시하는 학생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게 된다. 또 다양한 선택과목이 있으므로 이들 과목간의 난이도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학도 일부 영역 점수만 활용하거나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역별 원점수는 비교해도 의미가 없다. 학생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상대적 석차이므로 모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성취수준을 알려주는 표준점수가 바람직하다. 총점등급도 학생마다 응시영역과 선택과목이 다르므로 전혀 무의미해지므로 영역별, 선택과목별 등급만 제시하기로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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