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관련 소송 변호를 맡았다 패소해 협박을 받은 후 실종됐던 변호사가 7년 만에 의문의 유해로 발견됐다.서울지검 형사8부(한상대ㆍ韓相大 부장검사)와 서울 수서경찰서는 1994년 실종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유창석(柳昌錫ㆍ58)씨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 주변에는 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퇴부 유골 2점 외에 유씨의 변호사 신분증과 허리띠 등이 발견됐다. 이 허리띠는 유씨가 실종 직전 착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의 유골이 발견된 지점은 인적이 드문 산중턱 계곡으로 지난 20일 군부대가 대모산 수색도중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ㆍ경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 변호사의 유골을 보내 신원확인과 사망시기, 사인 등에 대해 정밀감정을 의뢰하고 유족과 주변인들을 상대로 실종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1994년 구치소로 사건 의뢰인을 접견하러 가던 도중 대모산으로 행선지를 바꾼 뒤 종적을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 변호사의 운전기사 A씨는 “구치소로 접견을 가던 유 변호사가 갑자기 대모산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지시하고 ‘절에 가고 싶다’고 말한 뒤 차에서 내려 사라졌다”고 실종경위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은 유씨가 94년 변호사 개업 직후 유명호텔카지노에 기반을 둔 조직폭력배 B씨의 소송을 맡았다 패소한 뒤 협박을 받아왔다는 주변의 제보에 따라 유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대해 정밀 조사 중이다.
B씨는 부하들을 동원, 유 변호사의 사무실로 찾아가 “수임료를 돌려달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져 유씨의 실종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씨의 가족들은 유씨가 실종된 이후 경찰에 한차례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폭력조직이 유씨의 가족을 협박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씨가 평소 “변호사 업무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자주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평소 대모산 부근 사찰에도 자주 다닌 점에 미뤄 유씨가 자살을 했거나 등산 중 사고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유씨의 부인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정확한 실종경위나 협박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검ㆍ경은 대모산 주변 사찰 관계자와 주민들을 상대로 유씨를 만나거나 본 일이 있는지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유씨의 가족과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를 상대로 폭력조직에게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검ㆍ경은 유씨가 실제 협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폭력배 B씨 등을 불러 개입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사시 11회인 유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영월지원장,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93년 변호사 개업을 했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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