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프리애티 어두운 과거 딛고 화려한 재기 '올해 여자선수' 선정1988년 말. 타고난 미모에 기량마저 뛰어나 ‘테니스요정’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제니퍼 캐프리애티(25ㆍ미국)가 돌연 프로로 전향했다.
당시 나이는 고작 13세. 주변의 반응 또한 예상외였다. 예비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원하는 덕담보다“너무 어려서 몇 년내에 좌절할 것” “너무 재능이 많아 스타가될 수 없을 것”이라는 등 비관적인 예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캐프리애티는 90년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4강 진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식 금메달 등 타고난 천재성으로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굴복시키며 초고속 성장을거듭, 세계 테니스계를 경악시켰다.
그러나 폭발적인 유명세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다. 방황, 마약복용, 절도 등등.결국 93년 US오픈 기권을 마지막으로 이후 2년 반 동안 대회에 일절 나서지 않았다. 활짝 피어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갔다. 팬들의 뇌리에서도사라졌다.
96년 4월. 캐프리애티는 코트로 돌아왔다. 그의 컴백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복귀이후 2년동안 쌓아올린 세계랭킹도 고작 267위. 하지만 ‘돌아온’ 캐프리애티는 이전의 나약한 소녀가 아니었다.
노력과 가족의 배려로 그는 서서히 정상대열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올 시즌캐프리애티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연속 석권하고 윔블던과 US오픈에선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가 2위로 마감하는 눈부신결실을 거뒀다.
AP통신은 이런 그를 2001년 ‘올해의 여자선수’로 선정했다. 캐프리애티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기자단 투표에서 1위표 37표를 얻으며157점을 획득, 같은 종목의 비너스 윌리엄스(120점ㆍ미국)와 미 여자프로골프(LPGA)의 아니카 소렌스탐(94점ㆍ스웨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박세리(8점ㆍ삼성전자)는 8위에 자리했다.
AP통신은 이와 함께 중국의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올해의스포츠 뉴스’로 뽑았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