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중국내 한국인 신모(42)씨 처형 사건과 관련 실무자 5명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솜방망이 징계'로 얼버무리고 있다.외교부는 '망신 외교' 사건이 터진 후 1달여 이른바 각종 '게이트'로 여론의 논총이 비껴간 듯 하자, 연말을 틈타 감봉 등 경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두 차례나 연 것도 결국 '식구 봐주기'를 위한 시간 끌기였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은 외교부의 배경 설명이다.
외교부는 체포된지 4년이나 지난 지난해 9월 사형이 집행됐는데도 사망시점에 근무한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번 일로 한중관계에 금이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건의 실체는 중국이 전달한 문서 2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업무착오'였다는 주장도 폈다.
이 같은 설명은 사형집행 때까지 우리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 했던 신씨 사건을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 의문과 맞부딪친다.
사건 경과기간이 길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상처가 치유될 수 없다.
또 사건 진행과정을 실무자들의 책임소재만을 기준으로 '단편적으로' 쪼갬으로써, 사건 진행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뤄졌던 망신외교의 과정, 즉 외교부 지휘부의 책임은 온데간데 없다.
우리측에 사망 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은 중국의 사과가 없는데도 한중관계가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외교부 논리는 '외교의 포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가 실책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월 한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빚어졌던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파문의 책임 소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외교관들은 틈만 나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운운한다. 하지만 '집안 일'이라고 무책임한 온정주의만을 펴는 그들이 '바깥 일'에 어찌 대응할 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영섭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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