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예산의 65% 상반기조기집행, 낮은 시중금리 유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내수 진작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에대해 기업체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가 불안한 만큼 적극적 경기 부양으로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양대선거가 있는 만큼 자칫 과잉 경기 부양이 우려된다"며 오히려 구조조정 마무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박동철(현대경제연구원연구위원)
나아지는 듯 하던 경기 여건이 다시 악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30엔 이상으로 급 상승하고,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움 선언 등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불황이 장기화할 것인지,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완수되어 경제 체질이 견고해질 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기다.
2002년 3·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크게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향방, 작게는 반도체 가격의 변동 방향이나 국제 유가의 변동폭 등에 따라 경기 회복의 전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2002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위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 심리를 완화하고, 위축된 경기를 떠받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경제 정책의 적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2년 상반기까지 적극적재정 운용을 통해 내수 진작 노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일례로 전체 예산의 65%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배정·집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고 경기 침체의 골을 얕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옳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01년의 경우를 거울삼아 예산의 조기 배정 및 집행 의지가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재정 정책의 시차(time lag) 등이 충분히 감안되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경기 회복기에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오히려 거품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2002년 초에 예산을 집중 배정ㆍ집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능한 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경기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유효수요를 창출함과 동시에 경제의 총공급능력을 확충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셋째, 적극적 경기 대책이라 해도 경기 부양에 조급하기보다는 경기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올바른 구조조정 정책이 병행ㆍ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001년 내내 저금리 정책이 실제 설비투자를 진작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한 것은, 금융 구조조정이 완수되지 못한 결과이다.
정책의 미시적 인프라 구축이 없이는 거시 경제 정책에 한계가 있다.
▶반대-나성린(한양대 경제학부교수)
정부가 겉으로 내세운 경제운용의 목표는 시장경제시스템의 정착, 성장잠재력 확충 및 안정성장기조 회복이지만 실제로 의도하는 것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도 하반기에가면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므로 상반기동안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기조를 유지해 놓으면 하반기에 가서는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어쩌면 올해 초에정부가 주장한 것들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동안 계속해서 하반기에 가면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기에 우리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상반기동안 예산의 조기집행, 다양한 세금경감 및 계속된 금리인하 조치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세계경제의 회복은 오지 않았고 상반기동안 집행된 경기부양책은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나마 약효가 떨어져 하반기에 와서는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실업률이 오르면서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엔 2차에 걸쳐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경기부양책은 반짝 경기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할 수는 없다.
경제기반이 무너질 정도의 경기침체시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고 또 예산 총액 내에서 상반기에 좀더 사용하겠다는 데 대해선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내년처럼 양대 선거와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형 행사들이 있어 선심성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을 때 섣불리 경기부양책을사용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처럼 목적한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하반기에 가서 세계경제도 바라는 바처럼 살아나지 않고 정부재정도 여력이 없게 될 경우 또 다시 관례처럼 추경편성 논란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이 이미 힘을 잃은 여소야대의 국회와 극도로 혼란을 초래할 양대 선거 아래서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섣불리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그 동안 벌려 놓은 정책들과 미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차분히 진력하는 것이 임기 말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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