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요? 너무 재미있어 살이잘 안빠질걸요.”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 저녁서울 관악구 봉천7동의 동원스쿼시클럽. 서울대 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인성(27)씨와 세무서에서 일한다는 공무원 황미경(22)씨는 동료와 스쿼시 한경기를 끝내고 난 뒤 기자에게 알쏭달쏭한 말을 건넸다.
천정을 뺀 5개 벽면을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고무공은 바라만 봐도 흥미롭다. 19평 밖에 안되는 좁은 공간이지만 구석구석을 뛰어다녀야 하는 까닭에 운동량 또한 만만치 않다. ‘너무 재미있어 살이 안빠진다?’ 각각 9개월, 4개월동안 스쿼시를 배웠다는 이들의 평가는 조금 이상했다.
▼재미있거나 친해지거나
좁은 공간서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스쿼시만의 확실한 장점. 수영지도자, 스키 안전요원, 스킨스쿠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다는 김용규(29) 강사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운동중 스쿼시만큼 흥미로운 경기가 없다”고 얘기한다.
서로 몸이 부딪힐 염려가 없는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와 달리 상대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있어 더욱 상대와 친밀해 질 수 있다는 것도 스쿼시의 매력.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는 이씨와 황씨도 이구동성으로 “애인이 생긴다면 항상 함께스쿼시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살 뺄 목적이라면스쿼시를 시작하지 마라(?)
그러나 체중감량을위해 스쿼시를 시작하는 사람들 치고 살 빼기에 성공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 “강습만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는 것이 황씨의 경험담.
스쿼시로 살을빼려면 적어도 스쿼시의 고수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고수가 되어야 좁은 공간 구석구석에 공을 보낼 수 있고 서로 운동량을 극대화할 수있기 때문. 황씨는 “초보자가 스쿼시를 통해 체중감량의 효과를 보려면 러닝머신을 이용한 보조 훈련이 필수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코트에 들어선 기자. 그러나 당구의 쿠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기선을 제압하려던 순진한 생각은 1분도 안돼 사라졌다. “이거 서브 넣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요?”“공의 탄성이 없기 때문에 스윙 연습을 많이 해야 돼요.”
결국 서브 한 번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민망함을 감춘 채 코트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아무 벽에나 냅다 공을 내지르고 나니 속은 정말 후련했다. ‘공을 직장 상사로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쾌감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스쿼시와 라켓볼의 차이
스쿼시와 라켓볼. 벽면을 이용하기때문에 보통 똑같은 운동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둘은 전혀 다른 별개의 스포츠이다.
스쿼시가 천정을 제외한 5면을 이용하는 반면 라켓볼은 6면을 모두 이용한다. 코트의 규격도 라켓볼이 더 크다. 또한 탁구공 만한 스쿼시의 공은 머리 높이에서 가만히 떨어뜨리면 발목 이상 튀어오르지 않을 정도로탄성이 작지만, 라켓볼 사용구는 테니스공보다 약간 작고 탄력이 좋다. 때문에 스쿼시가 랠리 위주의 경기라면 라켓볼은 공격위주이다. 라켓볼에 보안경과 장갑이 필요한 이유이다.
국내 스쿼시 동호인은 약 30만명으로 라켓볼 동호인(10만명)을 능가한다. 6m 높이의 천정을 필요로 하는 라켓볼 정식 코트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트 규격때문에 ‘라쿼시’라는 변종 스포츠가 이뤄지기도 한다.
■스쿼시 주의사항
스쿼시를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써야할 부분은 스쿼시를 즐길 클럽 선택이다. 국내에 스쿼시를 즐길 코트는 많지만 코트의 규격이 클럽에 따라 각양각색이기 때문.
클럽 등록전 코트가정규규격(가로 6.4m, 세로 9.7m, 높이 5.64m)에 가까운지 반드시 확인한다. 출입문이 달려있는 유리벽이 안전유리 대신 일반유리로 되어있다면 경기도중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누구라도 1개월 정도만 배우면 경기를할 수 있지만 ‘보스트(당구의 3쿠션처럼 3벽을 맞추는 기술)’ 등의 기술을 구사하려면 3개월 정도 연습해야 한다. 드롭샷, 킬샷(모서리에 공을떨어뜨려 공의 바운드를 없애는 기술) 등 고급 기술을 구사하려면 최소 6개월을 배워야 한다. 한달 강습료는 약 7만~10만원 정도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