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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도 일할의욕만 있으면 OK…새삶을 대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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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도 일할의욕만 있으면 OK…새삶을 대출하세요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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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사람에게 누가 대출을 해주겠어요. ‘신나는 조합’이제 삶을 되찾아 주었습니다.”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입구 전철역 근처에서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엿을 파는 최인수(33)씨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10년여간의 노숙자생활에 이어 교도소 신세까지 진끝에 신용으로 돈을 빌려 동료와 함께 시작한 엿장사가 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더듬고 서 있기 조차버거운 장애인(신체장애 2급)인 최씨가 새 인생을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성북구의 ‘노숙자 쉼터’를통해 민간기금으로 실직 빈곤층의 창업을 지원하는 ‘신나는 조합’으로부터 109만원을 대출받아 손수레와 좌판 등을 구입했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에다 별다른 기술이 없었지만 어려서 즐겨 먹던 엿 파는 일은 자신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노점상 단속이 심해져 손수레를 끌고 도망치듯 옮겨다녀야 하는 어려움 속에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꼬박 8시간을 추위와 싸워가며 최씨가 버는 돈은 7만원 안팎.

재료값 등을 빼고 남는 5만원 정도를 알뜰하게 모은 돈이 400만원을 넘어섰고, 이제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키우고 있다.

‘신나는 조합’이 최씨처럼 일을 하고 싶어도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애만 태우다 삶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희망한 등불을 비추고 있다.

‘신나는 조합’(www.joyfulunion.or.kr)은 실직자와 결식아동 돕기 등을 벌여온 ‘부스러기사랑 나눔회’(회장 강명순ㆍ姜明順)가 1999년 미국 시티은행이 빈곤층 등에 지원하는 자금중 5만달러(약6,500만원)를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통해 빌려 만든 ‘빈곤층 전용 금고’.

보증인이나 담보가없어도 소모임을 이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연 4%의 저리로 1인당 11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빌려준다.

지금까지 7개 소모임(37명)이 4,400여만원을 대출받아 유기농 농산물, 분식점, 음식물 재활용, 포장마차, 꽃집 등으로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신나는 조합’은 그러나 요즘들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용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대출재원은 빠듯하기 때문이다.

조합 간사인 김강희숙(32ㆍ여)씨는 “신용사회가 정착될수록 최씨처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사람들의 그늘은 더 짙어진다”며 “일할 의욕이 있는 실직빈곤층에게는 새삶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극빈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문의(02)365-1976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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