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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봉익동 보석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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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봉익동 보석거리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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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서울 영화계의 메카였던 종로 3가 단성사 극장의 바로 옆골목.재건축중인 단성사의 어지러운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골목은 비좁고 엉성하다.

그러나 골목안으로 들어서면 각종 보석이 뿜어내는 빛과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에서 값비싼 보석들로 가득찬 ‘봉익동 귀금속 골목’이다.

골목을 꽉 채운 거대한 귀금속상가들이 전시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등 각종 귀금속들이 행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예전엔 서민의 거리 ‘피맛골’로 불렸으나 이젠 ‘티파니의 아침’을 꿈꾸는 ‘보석길’로 통한다.

이곳은 예지동과 함께 국내 최대의 귀금속시장이다.

그 뿌리는 일제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봉익동 일대는 ‘종삼’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윤락촌이 있던 곳.

몸과 웃음을 파는 여인들의 헛헛함을 달래주기엔 금붙이가 최고였던지, 그들을 상대로 하는 금은방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 귀금속 도매상과 세공사, 수리점, 감정원 등이 몰려들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봉익동 귀금속타운에는 현재 1,000여개의 판매업소가 들어와 있다. 보석가공업체만 300여 곳이 넘고 보석감정원만도 20여 곳이다.

이곳은 피맛길을 경계로 도매와 소매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종로 큰길쪽으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하는 귀금속 소매상가들이 밀집해 있고 반대쪽으로는 전국각지의 중간상과 금은방 주인들이 찾는 전문 도매상가들과 세공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큰길쪽상가들은 IMF를 전후로 새로 들어선 소위 ‘신상가’로. 기존 봉익동 골목의 명성을 빌어 그 세력을 확장, 종로2가 종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귀금속 타운의 큰길쪽과 안쪽의 풍경은 다르다. 안쪽에는 가죽손가방을 품에 안고 다니는 상인들로 골목길이 번잡하고 큰길쪽 상가엔 예비 신부가 시부모될 분들과 함께 보석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안쪽 일부상가에는 ‘소매를 하지 않습니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이곳의 명성은 디자인에서도 확인된다. ‘까르티에’ ‘티파니’ ‘불가리’ 등 해외 명품들의 새 카달로그가 발간되면 바로 이튿날 똑같은 디자인이 전시장에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베끼지만은 않는다. 봉익동풍 디자인으로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해 유행한 악세서리의 상당 부분은 봉익동 상인들이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담당 ‘코디’들과 상의한 뒤 협찬해 유행시킨 것들이다.

지금도 상가 유리벽면 곳곳엔 ‘이승연 귀고리’, ‘전지현 메달’, ‘문희준 메달’, ‘이영애 귀고리’ 등의 광고가 시선을 끌고 있다.

가격도 비교적 싼 편이다. 결혼예물로 주로 팔리는 신부용 다이아몬드 반지 0.3캐럿과 신랑용 0.2캐럿 짜리가 90만원대.

그러나 현금 판매만을 고집하고 다이아몬드는 컬러와 광채 등에 의해 가격 차이가 나므로 다른 상가와 꼼꼼히 비교해보는 게 좋다.

서울귀금속중개업협동조합 강남모(44) 이사장은 “보석은 다시 팔 때 제 값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최근엔 빛깔만 요란한 잡석 보석들이 많으니 천연석인지 여부를 꼭 확인하고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신세대예비부부의 등장으로 이곳에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중앙귀금속상가내 ‘쥬리프’ 이세웅(36) 사장은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독특한 디자인의 커플링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다이아몬드 세트와 유색보석 세트 등 기존의 예물류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골목 안쪽의 도매상가들은 일요일에 쉬고 평일에도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문을 열지만 큰길쪽 소매 상가들은 일요일 휴무 없이, 밤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맞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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