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북한과는 아직 미수교 상태다.겉으로는 북한과의 수교로 전후처리에 매듭을 짓고싶다 했지만, 정작 수교회담의 물꼬를 튼 사람은 북한이었다.
김일성은 1990년 9월 일본을 움직이는 실력자 가네마루 신(金丸信)을 평양에 불러 환심을 샀다.
가네마루는 공산주의를 싫어했지만, 북한에 억류돼 있던 일본인 석방이란 미끼에 이끌려 북한에 갔다가, 눈물을 흘릴 만큼 김일성에게 반했다.
■김일성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군중이 연출하는 환영열기에 감동한 것이다.
길이 200m 폭 50m 크기의 관중석 카드섹션이 마치 전광판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넋이 나간 보수정객은 그것을 진정한 환영의지로 보았다.
묘향산 별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일본 자민당, 일본 사회당 3당 회담 뒤, 별도로 두 차례 단독회담을 허용한 김일성의 배려가 "울고싶을 만큼 고마웠다"고 토로했다.
그를 수행했던 자민당 의원 방북기 '다가선 먼 나라'에 실려 있는 일화다.
■일본 외무성은 3당 공동성명 내용이 불만이었으나 가네마루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북한과의 수교교섭 테이블에 나갔다.
그러나 동상이몽의 회담은 곧 교착상태에 빠졌다. 답답한 가네마루는 전세기 편에 아들을 특사로 보내 김일성에게 친서를 전하게 했다.
김일성은 그 비행기 편에 산 쏘가리를 실어보내는 정성으로 답례했다.
그 뒤로 몇 차례 교섭이 진행되다가 김일성과 가네마루가 죽은 뒤 또 교착상태다. 작년 11월 재개된 회담은 아직 휴회중이다.
■북한 배로 보이는 괴선박이 동중국해에서 일본 순시선의 사격을 받고 침몰한 사건을 놓고 북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사망선원의 구명동의에 '3B 쓰리비'라 인쇄된 품질표지가 붙어있다.
이 선박이 북한 당국과 교신한 내용이 방위청 감청레이더에 잡혔고, 해주 항을 떠나 남포 가까운 송림에서 특전요원을 태우고 떠난 항적까지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
그래도 북한은 모략이라고 발끈한다. 북일 관계가 빙하기로 접어들 징조다. 김일성도 가네마루도 없는 두 나라에서 누가 이 천년 두께의 얼음을 녹일 것인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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