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1년 증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증시가 28일 폐장한다. “길을 가다 빨간 신호등과마주치면 주가가 오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고, 파란 신호등과 만나면 걱정부터 앞선다”는 어느 개인투자자의 말처럼 한해 내내 투자자를 울리고 웃겼던올해 증시엔 어느 해보다 풍성한 말들이 회자됐다.아들이 아프다는 얘기에 “아이의 펀드멘털이 너무 약해. 그러나 돌출 악재만 없으면곧 원상회복될 거야”라고 대꾸하는 주식중독 증세나 관망ㆍ혼조ㆍ추세ㆍ횡보ㆍ보합ㆍ기조 등 증권가의 용어가 일상 생활 깊숙히 침투해 들어온 2001년증시의 ‘말말말’을 통해 시장을 결산한다.
■“태평양 건너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한국 증시가 춤을 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증시에서뿐 아니라 한국 증시에서도최대의 이슈메이커였다. 그는 올해 무려 11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도록 이끌었다. 특히 그는새해 벽두인 1월3일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1월 랠리를 촉발한 데 이어 4월18일 예정에 없었던 금리인하로 다시 4~5월 랠리를 이끌었다.
■“테러를 당한 것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건물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이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그린스펀이라는 주연을 더욱 돋보이게 한 조연은 빈 라덴이었다.9ㆍ11테러 직후 열린 9월12일 우리나라 증시는 무려 12%나 폭락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잃은 것은 경기요, 얻은 것은 유동성”
9ㆍ11테러 직후 세계증시가 폭락하자 그린스펀은 9월18일, 10월2일,11월7일 연거푸 3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이러한 글로벌 유동성 보강에 세계 증시는 다시 테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테러 이후 증시를 암울하게전망했던 애널리스트들은 증시가 오르자 이렇게 말했다.
■“개인들은 메뚜기, 외국인은 두꺼비”
투자 주체별 매매 행태를 빗대 회자됐다. 개인들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A종목에서 B종목으로 다시 C종목으로 정신없이 옮겨 다닌 반면 외국인은 소위 실적호전 가치주를 중심으로 두꺼비식 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말은 메뚜기가 결국 두꺼비에게 잡혀 먹히듯 개인들이 대부분 외국인에 비해 손해를 봤다는 점에서 공감을 받았다. 일각에선 개인들의 메뚜기 매매에정신없이 도는 순환매 장을 ‘풍차장세’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이닉스가 여의도를 먹여 살린다”
올해 최대 데이트레이딩 종목이 된 하이닉스반도체의 거래량이 한 때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60%를 넘어 각 증권사들이 하이닉스 덕분에 수수료 수입을 톡톡히 챙긴 점을 꼬집은 말로 널리 회자됐다.
이외에도 올해 증시에선 “가치주 혁명의 해”, “복권 사듯 매매하는 옵션시장”, “게이트와 리스트가 끊이지 않는 나라”등의 말도 눈길을끌었다. 대우증권 신성호부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1년 증시가 저물고 있지만 2001년 증시를 대변했던 ‘말말말’은시장 참여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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