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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禪詩풀이 하다보면 극락정토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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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禪詩풀이 하다보면 극락정토 눈앞에…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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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게나, 우리가 선 이땅이 낙원이라네'출가 후 오십 평생을 참선으로 살아온 경훈스님(61ㆍ전남 무안 약사사 조실)의 선시(禪詩)를 주해본으로 펴낸 맑고 향기로운 책이다.

스님의 선시 500여 편 가운데 216수를 추려 2권에 나눠 담았다.

풀이는 담양 금타선원에서 포교 활동을 하는 혜당 스님(62)이 했다. 깨달음의 세계가 담긴 알듯 모를듯 오묘한 시들을 불교 교리에 비추어서 설명하고, 한국불교 1,600년사에 빛나는 고승들의 선시와 대조하면서 불교를 모르는 이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했다.

경훈스님 선시의 깊이와 광활함은 제1권 첫 번째 시 ‘어얼씨구’에서부터 확 드러난다.

“내 품안 넓어라/허허탕탕 넓어라/삼일을 울어라/일을 춤춰라… 죽은들 어떠리/산들 어떠리… 백운으로 옷을 입고/우주로 몸을 삼아/대해는 핏줄이요/태양은 나의 심장… 어라어라 장부들아/덩실덩실 다 모여라/허허허 파안대소/열었나니 극락정토…”

극히 사적이고 좁은 세계에 갇힌 시가 난무하는 요즘 쉬 찾아볼 수 없는 장엄한 세계가 스님의 시 안에 펼쳐지고 있다.

그것을 풀이한 혜당 스님의 유현한 글 또한 예사롭지 않다.

경훈 스님은 16세에 출가해 화엄사를 거쳐 범어사에서 18세 이른 나이에 깨달음을 얻은 천재스님으로 알려져있다.

조계종 큰스님 향곡 스님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수행 틈틈이 떠오르는 선의 단상을 시로 써왔다.

황지우 시인의 형이기도 한 혜당 스님은 광주에서 영어교사로 있던 중 5ㆍ18광주민주화운동에 충격을 받아 출가한 뒤 지리산 등지에서 8년 여 수행하며 태고종에 입문했다.

두 스님이 이 책으로 만난 것은 깨달음의 세계, 그 평화로운 낙원을 전하고자 함이다.

경훈 스님은 “부처님이 간절하게 말씀하신 본성의 넉넉한 자리, 청정본연진여(眞如)의 땅을 고해의 이웃들에게 펴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혜당 스님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세계로 인도하는 선시 풀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살아서 이 땅을 낙원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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