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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에 기업어음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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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에 기업어음이 돈다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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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이나 법정관리업체의 어음을 사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얼마 전만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어음들이죠.”서울명동 은행연합회관부근 사채골목에 자리한 한 어음중개업소..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이 업소 직원들은 이 달 들어 업무량이 두 배나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박모(47) 사장은 “거래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던 부실기업의 어음들도 최근 들어 교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일부 전주(錢主)들은 고수익을 노린 투자 대상으로 이런 어음만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채시장에 어음이 돈다

자금시장의 밑바닥인 서울명동의 사채시장에해빙의 훈풍이불고 있다. 사채시장의 바닥경기가‘2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빙하기’에서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는 조짐이 이곳 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어음할인 금리가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사채시장 단골 종목인 건설회사 어음부터 제조업, 서비스업체의 어음에이르기까지 유통되는 어음의 종류와 물량이 크게늘고 있다.

‘기업어음이 돈다’는 것은 경기의 바로미터인 기업의생산 및 판매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반증이라는 점에서긍정적인 현상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

명동의 어음할인정보 제공업체 중앙인터빌에 따르면 A급 우량기업들의 어음할인금리는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 건설어음의 대표주자격인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5월 0.984%까지 올랐던 할인율이 7월엔 0.852%, 지난 달 말 0.786%, 19일 현재 0.75%로 하락했다.

우량, 비우량 할 것 없이 다양한 어음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도 사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지표다.

하루 평균 100억 원대의 어음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 사채업자는 “월 할인률 2%대 이상의 불량 어음은 찾는 사람이 없어 아예 취급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엔 비우량기업의 어음도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융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錢主)들이 돌아온다

바닥을기고 있는시중금리와 주식시장의침체로 소위‘큰 손’들이 다시 명동을 찾기시작하면서 어음유통시장이 활기를띠고 있다는 것이 사채업자들의 진단.

명동에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억대가 넘는 어음은 원활한 융통을 위해 3,000만원 미만의 어음으로 ‘쪼개기’를 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최근엔 수십억원 대의 어음도 심심찮게 거래되고 있다.

가톨릭회관에입주한 한사채업자는 “금리조건만 맞으면한 번에 20~30건의 어음을 싹쓸이해 가는 고객도 있다”며 “벤처 투자 쪽으로 빠져나갔던 전주들이 어음에 매력을 느끼고 다시 사채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인터빌의 한치호팀장은 “12월 들어서만 어음유통 물량이약 20~30%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아주 보수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채업자들이 어음거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실물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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