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주식을 저가로 팔거나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의 전ㆍ현직 이사들에게 900여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또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면책됐으나 노태우(盧泰遇)씨에게 비자금을 건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책임이 인정돼 75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수원지법 민사합의7부(김창석ㆍ金昌錫 부장판사)는 27일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주권한을 위임받은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22명이 주주대표로 삼성그룹 이 회장과 김모씨 등 삼성전자 전ㆍ현직 이사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김씨 등 이사 9명은 삼성전자에 902억8,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이 회장은 75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피고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재무상황이 부실한 이천전기㈜ 인수 결정을 내렸으나 2년도 지나지 않아 퇴출기업으로 청산됨에 따라 회사에 276억2,000여만원의손해를 입혔다”며 “또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1주당 5,733원 이상에 팔 수 있었는데도 2,600원에 삼성항공과 삼성건설에 매각, 회사에 626억6,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뇌물공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더라도 기업활동의 수단으로 허용될 수 없고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는 만큼 1988년 3월∼92년 8월 삼성전자로부터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준 이 회장도 회사에 배상책임이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삼성전자가 ㈜중앙일보에 고가로 광고를 게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에 임대차보증금과 월차금을 과다하게 지급,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등 이사들이 직접 업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98년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로부터 0.01034%의 지분에 대한 주권을 위임받아 3,500여억원의주주대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소액주주가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으로서,승소할 경우 배상금이 당사자가 아닌 회사로 귀속되는 공익적 성격의 소송이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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