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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화란 착취일뿐…"지겨운 세상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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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세계화란 착취일뿐…"지겨운 세상 바꾸자"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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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이냐시오 라모네 등 지음ㆍ최연구 옮김“너무나 오랫동안 발언권과 시민권을 박탈당해 온 시민들이 전세계에 걸쳐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젠 지겹다.’ 세계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건 이제 지겹다는 것이다. 세계의 몸과 정신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는 것도 지겹고, 앉아서 당하는 것, 체념, 굴종도 지겹다는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장인 파리7대학 교수 이냐시오 라모네는 시장 논리를 지고의 가치로 삼는 신자유주의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이제 ‘지겨운 세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바토피아(privatopia)는 private와 utopia의 합성어이다.

‘사유화의 유토피아’라는 의미다.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는 세계화의 이름으로 인간생활의 모든 측면이 사유화되는 신자유주의의 미몽에 언제까지 갇혀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지성지로 꼽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내는 총서 ‘세계를 보는 방법’ 가운데 한 권인 ‘21세기를 생각한다’를 옮긴 것이다.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이면서 독립법인인 월간 신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보다 훨씬 진보적이며, 서구언론 중에서도 드물게 공공연히 반미국중심주의, 반패권주의, 반세계화를 표방하는 매체다.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에는 이냐시오 라모네를 비롯해 피에르 부르디외, 펠릭스 가타리, 노엄 촘스키, 마크 페로, 에릭 투생 등 대표적인 비판적지성들이 기고했다.

당연히 책은 세계적 지성들의 수준 높은 비판적 담론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그들이 보는 세계화는 세계 시민의 연대(連帶)를 파괴하는 시장에 의한 착취일 뿐이다. 미국 중심의 이 흐름 속에서 인류는 맥도널드의 세계(맥월드ㆍMcworld)에서 단순한 소비자로 취급되고, 그 세계가 강요하는 욕망의 메커니즘에 빠져든다.

드니 뒤클로(파리국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절대다수의 구성원을 빈곤과 생존의 위협에 빠뜨리는 세계화시대의 지배계급을 ‘보보스’라고 부르는 주류적 인식과 달리, 그들을 ‘하이퍼 부르주아지’라고 명명한다.

이들이 보는 21세기 사회의 위협은 유전자 조작, 바이오테러리즘 등 생태환경의 위협과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감시사회의 도래 등이다.

그 위협에서 벗어나 인류는 평화에 대한 권리, 잘 보전된 자연을 가질 권리, 인류의 공동자산에 대한 접근사용권, 정보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추구하는 21세기 사회의 새로운 대안은 어떤 것일까.

피에르부르디외는 “지금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며 범유럽적ㆍ범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가장 진보된 사회들이 점차 더욱 큰 폭으로 분열되는 고통을 겪고있다. 상업적 가치를 억지로 강요해 출판이나 영화 같은 문화산물들이 갈수록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승자 숭배의식에 따른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냉소주의를 규범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부르디외는 예의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제시된 10가지 혁명조치에 빗대어 ‘시민우선의 10계명’을 제안하고 있는 베르나르 카생(파리8대학 교수)의 글도 흥미롭다.

책은 또 부록으로 ‘새로운 세기, 새로운 사유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들도 소개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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