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스 세일스’ 차트에 올랐던 김범수가 이주일 만에 차트에서 물러났다.‘하루’의 영어 버전인 ‘Hello Goodbye Hello’는 15일자에 81위로 데뷔해 22일자 차트 51위에 올랐으나 29일자에는 잡지에 공개되는 75위는 물론 공식 집계되는 100위안에도 들지 못했다.
가요계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김범수가 세일스 차트에라도 진입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빌보드 차트가 결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말한다.
빌보드가 라틴어를 제외한 비영어권 가수, 특히 동양인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세계 2위의 음반 대국인 일본조차도 앨범 차트는 물론 싱글 차트에서도 1979년 핑크 레이디의 ‘Kiss in the Dark’가 37위 오른 이래 단 한 명도 없다.
배타성은 구조적으로 보장된다. 빌보드 싱글 차트는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한 에어 플레이 차트와 음반 판매를 집계한 세일즈 차트를 합산한다.
정확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지만 대략 에어 플레이 70%, 세일즈 30% 정도다. 29일자에도 에어 플레이와 싱글 차트의 순위는 거의 일치하지만 세일즈 차트는 상위 10곡 중 두 곡만 싱글 차트 톱 10에 올라있다.
에어 플레이는 국내처럼 프로모터들이 125개 주요 방송국에 음반을 돌리기도 하지만, 음반사가 아예 일정 시간대를 사버린다.
그러므로 노래가 나가려면 인맥은 물론 막강한 재력이 있어야 한다. 반면 미국 내 음반매장을 무작위로 골라 샘플로 삼는 세일즈 차트는 일정 기간 몇몇 지역에서 판매가 잘되면 운 좋게 오를 수도 있다.
세일즈 차트에는 무명 인디 레이블이 많은 반면 에어플레이와 싱글차트는 메이저사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는 것도 같은 이유.
앨범 차트도 마찬가지다. 김범수의 노래는 금세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김범수의 제작사인 팀 엔터테인먼트의 김영진 사장은 “유명프로듀서와 프로모터 섭외, 거리 프로모션 등에 3억원을 들여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수의 음반을 팔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범수의 음반은 정확한 판매량 집계도, 미국 온 라인 레코드샵인 CD NOW나 타워 레코드의 인터넷사이트에서의 검색도 되지 않았다.
김범수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누구라도 빌보드를 목표로 한다면 현지인을 상대로 하든 교포를 상대로 하든 먼저 이러한 현실을 알고 보다 전략적으로, 투명하게 덤벼들어야 한다.
빌보드 차트 진입이 단순히 국내 홍보용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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