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金寧珍ㆍ46)㈜한독약품-㈜아벤티스 파마 사장의 연말 스케줄은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일정보다 꽉 차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쓰고 있는 ‘모자’가 많기때문이다.47년 전통의 한독약품사장 겸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인 아벤티스 파마의 국내 현지법인 사장, 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임원 등이 그가 맡고 있는 자리다.
송년 스케줄 가운데서도 김 사장이 가장 의미를 두고 있는 모임은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한독약품 퇴직사원 동우회와 현직 간부 사원간의 송년회.
그 자리에는 올해 팔순을 맞은 창업자인 아버지 김신권(金信權)회장, 어릴 적부터 바라보며 끈끈한 정으로 뭉친 김용규 종근당 사장 등 전직 한독약품사원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도 유독 이 자리에선 ‘주니어’로 어른들에게 술을 권하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십분 발휘한다.
100년 역사의 국내제약업계에서 대웅제약과 보령제약 등 창업세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2~3세대가 CEO에 오른 사례는 많지만, 김 사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의외로 긍정적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인사방식으로 소문난 외국기업인 아벤티스 파마 조차도 김 사장을 ‘대물림’ 경영인이라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으로 인정한다.한독-아벤티스의 사장을 겸임시킬 맡길 만큼 그의 경영능력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신뢰감’은 김 사장의경영방침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합작사업을 벌일 경우 상호신뢰는 사업의 출발점이자 사업성과를 좌우하는 생명 줄과 다름없다.한독약품은 1957년 독일 훽스트사와 첫 협력관계를 맺어 64년 합작회사(지분구조 50대 50)로 전환했다.
그러나 훽스트가 프랑스의 롱프랑으로합병되면서 아벤티스 파마라는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로 탄생한 후 한독약품은 지난해부터 이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40여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훽스트 본사에서 2년 여 간 근무경험이 있는 김 사장은 외국 제약회사의 경영 특징과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경영인이다.
“국내기업중 외국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여 3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을 찾기조차 어렵습니다. 합작사업이란 결국 결혼생활과 같다고 봅니다. 서로의약속한 것을 지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배려가 전제돼야 합니다.”
사실 김 사장은 독일회사인훽스트에서 프랑스계열인 아벤티스 파마로 합작선이 바뀌면서 새로운 기업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1년 동안 한 치의 긴장감도 늦추지 않았다. 일단 독일과프랑스의 기업문화 자체가 다를 뿐 아니라, 아벤티스 파마의 경우 철저히 수익성 중심으로만 짜여진 경영시스템이 CEO의 입장을 한층 옥죄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강조하는 아벤티스 파마도 한독약품이 지난해 과거 2년 동안의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전년 대비 15%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자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 사장은 사업 파트너가 바뀌더라도 결국 사업 수익성만 높으면 새로운 신뢰감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대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올해까지는 새로운합작선과의 전열정비를 마쳤다면 내년부터는 그 동안의 신뢰감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그 동안개인의원, 시장 등에 대한 참여가 미진했던 점을 보완해 영업마케팅인원을 늘리고 두 회사를 합쳐 신제품 5,6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부터 출시될 신제품들이야 말로 향후 5년간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제약업계의 예술품’이 될 것”이라며 희망찬 청사진을 펴보였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어떤 회사
소화제 ‘훼스탈’ 피부연고제 ‘캄비손’ 등으로 잘 알려진 한독약품(www.handok.co.kr)은1954년 연합약품으로 출발, 64년 독일 훽스트사와의 기술제휴를 거쳐 합작한 국내 최고(最古)의 외국계 합작제약회사다.
대표적인 일반 의약품으로는칼슘제 ‘오스칼’, 유소아 정장제 ‘미아리산’, 손발톱무좀 치료제 ‘로푸록스’, 비타민제 ‘하이비날 S’ 등이 있다. 또 당뇨병 치료제와 항암제,고혈압 치료제, 알레르기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 부문에서도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지난 76년 기업을 처음으로 공개한 한독약품은 99년 합작파트너인 독일 훽스트사(지분 50% 보유)가 프랑스의 롱프랑사와 합병 되면서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아벤티스 파마에 통합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한독약품과 ㈜아벤티스 파마 등 양사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독-아벤티스 파마의 사업분야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및 진단시약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를 비롯해 충북 음성의 최첨단 의약품 제조공장과 전국 영업마케팅 조직 등에서 81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벤티스와 연계한 세계적인 연구ㆍ 생산ㆍ 마케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51억원, 올해 매출예상 규모는2,400억원. 내년 상반기 신규사원 모집 문의는(02)527-5136으로하면 된다.
■어떤 사람
▽출생 1956년 서울
▽학력 연세대 경영학과(1979), 미 인디애나대 경영학석사(MBAㆍ1984),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연세대 보건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경력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1984), 독일 훽스트 AG 파견근무,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전무, ㈜아벤티스 파마 사장 취임(1991), ㈜한독약품 사장 겸임(1996),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1999)
▽취미 테니스, 골프(핸디캡 12)
▽희망사항 그림 그리기 (초등학생 때 소년한국일보 주최 미술대회최고상 수상)
▽인생 키워드 신뢰감
▽종교 기독교
▽가족 사학을 전공한 부인과 2남
▽e메일 YoungJin.Kim@aventis.com
■나의 키워드
‘사원의 직장생활 만족도가 회사의 경쟁력’
제약업계는 어느 업종보다이직률이 높다. 한독약품은 직원의 만족도를 회사 경영방침의 우선순위에 두고 인사관리를 해왔다. 김 사장이 기획조정실에 근무하던 시절, 사원들을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 조사에서도 급여보다 만족도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는 사장취임 후 직원들과의 신뢰감 쌓기에 주력해왔다.CEO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신뢰감을 갖고 개개인의 노력을 인정해 줄 때 사원들의 회사생활 만족도는 높아질 수 밖에없다.
상무시절까지는 직원들과 일일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어울렸다. 요즘도 직원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성심성의를 다한다. 노조설립 이후 30년간 단한 차례도 노사분쟁이 없었고, 1985년부터는 주 5일 근무제를 정착시켰던 점도 이 같은 경영방침이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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