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20일자) 전문가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음반과 최악의 음반 기사가 나가고 나서 여기저기서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좋은 기획이었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최악의 음반에 관한 것이지요.
원색적인 비난과 육두문자는 제외하고 최악의 음반에 뽑힌 가수들의 팬이 보낸 메일은 거의 “가수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만든 음반인데 그걸 깎아 내릴 수 있느냐”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한편 최악의 음반 선정 이유를 밝힌 사람들에게서는 “방송국에서 마주치는 가수와 껄끄러워질까 걱정된다” “팬들의 항의를 받을까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심지어 최악으로 뽑은 음반 제작사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까지 합니다.
이 모든 반응의 공통점은 단 하나. 작품에 대한 평가와 사람에 대한 평가가 동일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개는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러므로 당연히 평가에 대한 반응도 평자 개인에 대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분야는 어떻습니까. 문학, 연극, 클래식 음악 등 순수 문화에서는 평론이 하나의 주요한 장르로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입니다.
대중 문화도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은 물론 연기자의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영화를 선정해 시상하는 미국의 ‘골든 라즈베리상’ 결과는 국내에도 보도됩니다. 그렇다고 평자들과 연기자들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평자들이 비난받지는 않습니다.
평가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것임을 모두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가요는 “리뷰는 없고, 프리뷰만 있다”고 합니다. 바로 평가에 거부감과 두려움 때문이지요.지난 주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쏟아지는 항의 메일 때문이 아니라, 간단한 연말 결산조차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 가요계의 척박한 현실 탓이었습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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