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회사인 칼라일그룹서울사무소의 한국계 미국인직원이 서울에서 “왕처럼 살고 있다”고 떠벌리는 e메일이 공개돼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그는 “여러 은행의 임직원들로부터거의 매일 골프와 저녁 술대접 등 향응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우리 접대문화의 어두운 면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접대비란 기업회계나세무회계에서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교제비, 기밀비, 사례금 등을 말한다.
외국기업들도 비즈니스상의 에티켓으로 가벼운 감사의 표시나 인간관계의 유지 등을 위해 접대를 하고 있으나, 엄격한 내부윤리기준을 정해 과도한 접대는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뇌물로 간주될정도의 과도한 접대문화가 횡행하고 있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도 과도한 접대비 지출에 불만이다. 은근히 접대를 기대하는 한국거래처와 접대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필수코스로 인식되는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서도 고충을 토로한다. 접대가 사업상의 반대급부로 되돌아오게 되면 그것은 사실상 뇌물이다.
불투명한 거래관행과 부패는 원가를 상승시키고 시장경제원리의 작동을 방해해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과도한 접대비는 높은세율과 마찬가지로 외국인투자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킨다. 기업의 총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접대비는 높은 세율과 같다.
싱가포르가 멕시코 정도로 부패가 심화된다면, 법인세율을 무려 50% 포인트 올린 것과 같은 정도로 외국인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조세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접대비, 각종회비, 기부금 등과 같은 부대비용을 전반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또 과도한 접대비는 외국인직접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자유치는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 포트폴리오 투자, 외국인직접투자로 구성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회사 경영상현지인과의 접촉빈도가 다른 형태의 외국자본에 비해 높기 때문에 부패로 인한 불이익에 크게 노출된다.
외국인직접투자는 투자철수가 쉽지 않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지사의 과도한 접대비지출을 이해하지 못하는 해외본사의 비리의심도 전반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접대문화도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고급 룸 살롱에서 거액을 들여가며 폭탄주를 돌리는 방식은 글로벌시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뚤어진 접대문화때문에 향락, 퇴폐업소가 범람하는 것을 바로잡고,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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