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동화 해리 포터 시리즈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필명을 떨치고 있는 영국작가 조앤 K 롤링(36)은 다시 한번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시작한 시리즈가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달부터 전 세계에 개봉됐기 때문이다.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좇아 연작으로 선보일 해리 포터 영화는 개봉 직후부터 각국의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은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징크스는 해리 포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해까지 낸 4권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200개국에서 1억2,400만 권넘게 판 롤링에게 영화는 또 다른 거대한 부(富)를 의미한다. 인세 수익으로 이미 억만 장자 반열에 오른 그는 저작권료와 입장권 수익, 캐릭터 등으로 재산이 수조 원 대에 이르는 초유의 작가가 될 전망이다.
롤링의 성공은 그의 소설에 나온 ‘마법’과같은 것이다. 불과 5년 전까지 에든버러 정부의 생활보조금으로 젖먹이 딸의 우유값을 대면서 고픈 배를 물로 채우며 글을 썼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뒤 포르투갈로 건너가 영어 강사 생활을 하며 현지 기자와 결혼했으나 딸 제시카를 낳고 곧 이혼했다.
귀국한 뒤에는 동생 집에 얹혀 살며 주당 70파운드(13만원)의 보조금으로 근근이 이어가는 생활이 계속됐다. 소설 해리 포터는 제시카를 겨우 재운 뒤 동네 카페에서 써 내려간 것이다.
어렵게 소설을 탈고한 뒤에도 가시밭 길은 이어졌다. 12 군데 출판사에서 퇴짜 맞고 가까스로 블룸스베리 출판사의 승낙을 얻어 초판 500부를 펴냈다. 하지만 이제 막대한 부는 말할 것 없고 평점 2.2의 성적인 롤링에게 대학 모교의 명예박사학위를, 지난 3월에는 아동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까지 안겨 주었다. 최근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중 25위에 오른 데 이어 미국의 유력 출판계 인사 10인에 뽑히기도 했다.
올해 롤링의 글쓰기는 각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정의의 마법사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겪는 모험,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와의 대결 등 상상력이 넘치는 스토리는 불황의 그늘에다 9ㆍ11 테러의 충격으로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무엇보다 롤링 자신의 성공담이 불우한 이들에게 21세기에도 신데렐라가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7권으로 완결된 소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은근히 여성을 폄하 한다거나 지혜보다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마술적인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해리 포터가 선악 대결의 단순 구도에 너무 의존한다는지적은 새겨볼 만 하다.
“아동문학은 교과서가 아니며 교훈을 가르치는 것은 문학이 반드시 해야 할 몫이 아니다”는 롤링의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판타지의 고전인 ‘반지의 제왕’이 2차 대전의 산물 이듯이, 9ㆍ11 테러 이후 선와 악의 선명한 구분, 화해할 수 없는 대결 구도에 따라 해리 포터의 인기가 더 거세지는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롤링의 다음 번 글쓰기는 선과 악의 무한 대결보다 화해와 구원의 메시지를 담았으면하는 주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j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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