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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문화계 결산 / 한국영화, 그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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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문화계 결산 / 한국영화, 그 빛과 그림자

입력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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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국 영화는 유례없는 풍요와 기쁨을 누렸다.3년 연속 흥행 폭발이 이어졌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시장점유율 50%(12월 16일 현재 49.5%)에 육박했다.

지난해 35.1%에 비하면 엄청나다. 이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할리우드 공세에 흔들리지도, 극장에 협박하듯이 스크린쿼터제를 외칠 필요도 없어졌다.

11월 28일에는 은행(하나은행)까지 영화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자료에 의하면 올해 예상 영화 관객은 8,200여 만 명. 지난 해 6,460만 명보다 27.4%나 늘었다.

더구나 외화는 0.8% 감소한데 반해 한국 영화는 무려 79.3%나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연간 2편 꼴인 ‘관객 1억 명 시대’도 멀지 않았다. 징후는 연초부터 나타났다.

‘친구’가 사상 유례없는 흥행 돌풍(전국 813만 명)을 일으키더니 ‘신라의 달밤’(435만 명), ‘엽기적인 그녀’(485만 명), ‘조폭 마누라’(519만명), ‘달마야 놀자’(369만 명) 등 “터졌다”하면 400만 명이었다.

한국 영화는 사상 처음 흥행 1~5위를 독식했고,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영화를 피해 개봉하는 기현상까지 나왔다.

사회심리와 맞물려 이른바 ‘조폭 영화’ 가 맹위를 떨쳤다.

한국 영화의 대약진은 일차적으로 작품의 변화에 있었다. 더 이상 한국의 상업영화는 ‘재미도 있고, 예술성도 있고, 그러면서 사회성과 의미도 있는’ 종합선물세트이기를 거부했다.

주관객층인 10, 20대의 기호와 취향을 겨냥한 철저한 오락소비상품으로 바뀌었다. 할리우드의 어설픈 동경이 아닌 철저한 우리식 정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적중했다.

전국 200개 스크린을 장악하는 한국 영화의 배급력, 65%나 증가한 멀티플렉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CGV는 출범 4년 만에 70개 스크린으로 3,000만 명, 메가박스는 2년도 안돼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에 힘입어 개봉 첫 주말 관객 50만 명을 동원하는 공룡배급은 평균 상영기간의 단축에도 불구하고‘블록버스터’의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해주었다.

이런 기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보류 위헌판결에 따라 이르면 내년 5월부터 ‘제한상영관’까지 생기게 돼, 더 자유롭고 넘치는 돈으로 한국 영화는 별난 장르와 소재에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다.

물론 철저히 상업성을 노리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은 법. 올해 흥행10위 안에 든 한국 영화 7편의 관객점유율은 75%. 여기에 상영 중인 ‘화산고’와 ‘두사부일체’까지 합하면 80%가 넘는다.

결국 올해 상영된 한국영화 나머지 48편의 관객이 20%밖에 안됐다는 얘기다. 극단적 ‘빈익빈 부익부’는 작가주의 영화가 설 땅을 빼앗아버렸다.

일주일 만에 내린 ‘고양이를 부탁해’는 “고양이를 살려주세요”라고 외쳐야 했고, ‘와키키키브라더스’는 극장을 임대해 생명을 연장했다.

‘독립운동’ ‘국산품 애용운동’하듯 해야 하는 작가주의 영화의 운명. 도저히 한국 영화 시장규모에 맞지 않은 100억 원짜리 상업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는 ‘도박’처럼 돈을 쏟아 부어도 그 제작비의 2%도 안 되는 해외영화제 수상작 ‘나비’같은 영화에는 투자하기를 꺼렸다.

‘신라의 달밤’의 흥행성공으로 불을 지핀 조폭 영화는 막판 적당히 베끼고, 급조한 ‘두사부일체’까지 내달렸다.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된 한국 영화는 여전히 외눈박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리고 투자자, 제작자, 정책자, 관객 모두에게 과제를 남겼다.

다양한 영화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인프라구축, 예술영화의 배급방식, 영화인과 관객의 의식변화 등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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