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은행에 합병 가능성이 있다. 어떤 곳은 접촉(태핑) 단계인가 하면 합병을 거의 결정해놓고 몇가지 쟁점 때문에 늦어지는 곳도 있다.” (26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행 대형화의 물살 속에 곳곳에서 새로운 합병 은행 탄생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신한, 하나, 한미, 조흥, 외환, 제일 등 거의 전 은행이 합병을 위한 물밑 접촉 중”이라는 금감위원장의 발언을 빌지 않더라도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다양한 구도의 합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나-제일, 신한-한미의 두 축이 형성된 현재 합병 구도에는 정부의 서울은행 처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합병 임박한 하나-제일
금융계에서는 “합병을 거의 결정해놓고 몇가지 쟁점 때문에 늦어지는 곳”이 하나와 제일은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두 은행은 9월께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이미 서로를 ‘유일한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용카드를 비롯한 소매금융을, 제일은행은 자산규모를 보강할 필요성이 간절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몇가지 쟁점.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은 하나은행측에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제일은행의 인원을 대폭 감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측의세부 논의는 사실상 모두 끝난 상태”라며 “주요 쟁점 합의 여부에 따라 곧 합병 발표를 할 수도 있고 아예 무산될 수도 있는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밑 접촉 끝낸 신한-한미
두 은행의 합병 추진은 하나-제일의 행보와맥을 같이 한다.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신한금융지주회사. 신한지주사측은 합병 후보군에 올라있던 하나, 제일의 짝짓기가 가시화하자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측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칼라일측은 아직 미온적인 입장. 이미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무산시킨 전력이 있는 칼라일측은 이번에도 역시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 못지않게 한미은행도 합병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하나와 제일이 합병에 성공할 경우 대안을 상실한 두 은행 간 협상도 급물살을 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로 작용할 서울은행 처리
이 금감위원장은 이날 서울은행처리의 우선 순위를 첫째 우량은행과의 합병, 둘째 기업 컨소시엄 매각, 셋째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으로 꼽았다.“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며 지금도 우량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은 있다”는것이 부연 설명.
이에 따라 정부가 ‘서울은행 + 우량은행’ 구도를 강력히 추진할 경우 은행 합병 구도가 완전히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인력 감축 등 우량은행의 ‘입에 맞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신한, 하나, 한미 등 우량은행이 합병 전략을 180도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서울은행을 향한 ‘공개 짝사랑’을 해왔던 조흥, 외환은행은 후보군에서 멀찌감치 밀려난 양상. 하지만 이들 은행들은 “우량은행이나 기업 컨소시엄의 서울은행 인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여전히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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