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망토를 길게 늘어뜨린 거울가면의 정체를 추적하는 ‘비독(Vidocq)’(감독 피토프)은 프랑스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19세기 초 프랑스혁명 직후의 파리, 거울가면을 쓴 살인마의 존재로 시민들은 불안에 떤다.
도둑에서 경찰로 변신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비독(제라르 드 파르듀)은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줄 인물.
비독이 거울가면을 벗기고 얼굴을 확인한 순간 죽음을 맞는다. 전기 작가 에틴느(기욤 카네)가 비독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시작하는 발단까지는 단순한 추리물같다.
그러나 늑대의 배후에 보수주의적 반동세력을 숨겨두었던 ‘늑대의 후예들’처럼 ‘비독’에서도 거울가면의 정체가 벗겨질수록 혼탁한 정치권의 음모가 어색하게 파고든다.
할리우드의 공세에 대한 저항은 프랑스식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지만 지적 전통에 대한 허영은 여전히 남아있다.
‘늑대의 후예들’은 그나마 첫 시도였으니 참신한 맛이 있었으나, ‘비독’은 그 아류라는 느낌이 강하다.
‘잔다르크’ ‘에일리언 4’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감독 피토프가 연출한 현실을 초월한 듯한 회화적 영상은 음침하고 기괴하다.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망토 덕분에 액션의 동선이 큼직하고 극단적인 부감, 앙감 쇼트가 비현실적 분위기를 더해준다.
비독은 괴도 루팡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28일 개봉.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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