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36)은 행복한 뮤지션이다. 섣불리 이미지를 소비하거나 자신을 팔지 않으면서 하고싶은 음악을 하는 몇 안되는 가수이기 때문이다.2년 만에 새 앨범을 낸 요즘, 특유의 열광적인 콘서트(23~25일, 29~31일 건국대 새천년관)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두터운 사랑을 확인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타이틀곡 ‘잘못’을 비롯해 ‘Sunny Side Up’의 노래들이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잔잔하다. ‘천일동안’ 류의 애절하고 비장미 넘치는 발라드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을 법 한데.
“(얼마전 연인관계임을 공표한 탤런트 채림을 떠올리는 듯) 지금은 상황 자체가 애절하지 않다. (웃음) 이전에는 애절한 느낌이 생활 그 자체였지만. 이제는 맑고 밝은 소리가 좋다. 그렇게 바꾸니 폼 나고 웅장한 사운드의 중압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억누르듯 자근자근 부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역시 평범한 게 제일 힘들다.”
-미국, 체코까지 가서 녹음을 했고 참여한 스태프만 500명이 넘는다. 돈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텐데. 결과물은 그만큼 만족스러운가?
“원래 음반에는 돈 많이 들인다. 4~5억원 정도. 미국 기술진의 정교함과 체코심포니의 동양적 서정을 담기 위해 한 곡을 대여섯 번씩 믹싱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평가는… 팬들에게 맡길 문제다.”
-발라드가 담긴 ‘Sunny Side Up’만 포함된 앨범과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록 사운드까지 담은 ‘Over Easy’ 도 포함된 더블버전 두 가지로 발매를 했다. 록은 들을 사람만 들으라는 의미인가?
“이승환은 발라드만 했으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록이 나오면 건너뛰거나 꺼버린다고 했다. 사실 나는 백마디 칭찬보다 한마디 비난에 무릎 꿇는 소심한 사람이다. 농담 반진담 반으로 ‘나의 소심함이 지구를 지킨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내 음악 전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블앨범을, 발라드 팬들은 ‘Sunny Side Up’을 사면 될 것이다.”
- 트로트는 아니지만 성인가요 느낌의 ‘만추’가 특이하다. 30대까지 팬층을 넓히려는가?
“이제는 조금씩 머리도 벗어진다는 내 친구들이 그랬다. ‘야, 네 노래 못 듣겠다. 난 뽕짝이 좋다’고. 나이를 먹어도 마냥 철없이 사는 나와는 달리 삶의 고단함이 서려 있는 것 같다. 이제 노래로라도 그들의 정서에 다가가고 싶다.”
-이승환의 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면?
“밴드와 스탭들의 끈끈한 정이다. 보통 스탭들을 공연전날 리허설에 보고 마는데 우리는 1년 내내 만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매머드급 볼거리도 가능하다.”
-당신이 대표로 있는 음반사 ‘드림팩토리’(Dreamfactory)는 주류음반시스템에 독립적인 뮤지션들에게 그야말로 ‘꿈의 공장’이었다. 음반시장이나 방송환경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가?
“힘들다. 싸우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지난해 도산 위기를 맞아 회사를 한 번 내놓기도 했다. ‘상업성이 적다’고 투자사들로부터 거부당하기도 했고, 뜻을 같이했던 동료들마저 ‘너 아직도 타협안하냐’고 이야기한다. 방송환경도 변한 게 없다. 라이브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고 연예정보프로그램은 내 사생활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이런 환경을 나 혼자 고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작게나마 공연 환경을 바꾸는 데 힘써보려 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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