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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극단 미추 '영광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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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극단 미추 '영광의 탈출'

입력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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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가면 그 동안 못한 남편과 아버지 노릇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고향(함남 단천) 근처에 있는 개마고원에서 상쾌한 바람을 맘껏 쐬고 싶습니다.”지난해 8월 비전향 장기수출신 인사 김동기(69)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부의 비전향 장기수 송환조치에 따라 33년을 기다린 고향으로 갔다.

극단 미추의 ‘영광의 탈출’(연출 강대홍)은 김씨와 같은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그렸다.

1950년 고향인 강원 양구군 무영리 마을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가 사상범으로 몰린 박일국(정동환).

그가 한국전쟁 중 북한 땅이 된 고향에 가기 위해 끝내 전향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00년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앞두고 고향이 비무장지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연극의 미덕은 이처럼 연말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데 있다.

“고향에 가고 싶다는게 왜 죄가 돼?”라고 묻는 주인공의 ‘0.75평(교도소 독방을 말함) 인생’이 주는 진한 감동.

특히 교도소 독방(무대 앞쪽)과 고향 마을(무대 뒤쪽)의 자유로운 무대전환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특성을 잘 살려냈다.

중견배우 정동환의 농익은 연기역시 회한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박일국의 삶을 충분히 대변했다.

스무 살짜리 아내 서울네(허진숙)와 오순도순 밥상을 같이 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의 몸짓은 실제 몇몇 어린 관객을 울먹이게 했다.

그러나 고향 마을 사람들의 연기는 우왕좌왕했고, 박일국이 75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되기까지 무엇을 했는 지는 소홀하게 다뤄졌다.

말미에 서울네가 재중동포가 돼 남한을 찾는다는 내용도 너무 과장된 상상력이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풀어낸 29세 극작가 박수진의 실력은 놀랍다.

30일까지 수ㆍ목 오후 7시30분, 금ㆍ토 4시 30분ㆍ7시 30분, 일 3시ㆍ6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747-5161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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