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신나는 일임에 틀림없다.가족들이 함께 모여 휴일을 즐기고 희망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바로 신년 음식이다.
특히 세시절기에 따른 음식 차림을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이 때 만들어 먹는 음식이 따로 있었다.
한국의 신년 음식이 소박한 맛이라면 일본은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고, 중국 음식에서는 야채와 고기, 쌀떡의 조화가 엿보인다.
■韓 개성 조랭이 떡국
우리의 신년 음식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떡국이다.
요즘 일반 떡국은 굳이 설이나 신년 초가 아니더라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신년음식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덜하다.
색다른 조랭이 떡국에 도전해 보자. 새해를 맞는 기분이 달라진다.
조랭이 떡국은 북쪽 개성의 전래 음식. 누에고치 모양의 조랭이 떡은 길한 것을 뜻한다고 전해져 주로 정초에 만들어 먹는다.
조랭이떡을 만드는 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멥쌀 가루를 쪄서 치댄 다음 식지 않게 랩으로 잘 싸야 한다.
손가락 굵기 정도로 조금씩 떼내어 동그랗게 비벼 길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단계.
1㎝ 길이로 썬 다음 손으로 눌러서 대나무 칼로 가운데를 비벼주면 조롱박 비슷한 ‘8’자 모양의 조랭이 떡이된다. 요즘에는 슈퍼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산적용으로 구입한 양지머리를 썰어 육수를 만든 다음, 육수가 팔팔 끓을 때 조랭이 떡을 넣고 떡이 떠오르면 그릇에 담는다.
미리 준비해 둔 파와 잘게 부순 김, 그리고 소고기와 계란 지단을 놓으면 완성된다. 르네상스서울 한식당 사비루 한영철 조리장은 “조랭이 떡과 일반 떡국떡을 함께 넣어 끓여도 된다. 조랭이 떡국과 함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먹는다면그 맛은 더욱 일품”이라고 말했다.
■中 탕위엔과 니엔까오
중국 역시 우리와 같이 음력 설을 쇤다. 중국의 설은 춘지에(春節). 연휴가 15일이나 되는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중식당 가빈 장희슈 조리장은 “저녁 밥을 먹은 뒤 담소나 놀이 등을 즐기다 12시 제야의 종이 울리면 일제히 폭죽을 떠뜨린다. 그 다음 야식을 먹는데 설떡인 니엔까오, 새알심이 들어있는 달콤한 탕위엔, 만두, 국수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땅이 넓어 남방과 북방의 신년 음식이 다르다. 북방 사람들은 밀가루를 반죽해 엷게 민 다음 잘게 저민 고기나 야채 따위를 넣어 싼 음식인 쟈오즈를, 남방 사람들은 니엔까오, 탕위엔(湯圓)을 만들어 먹었다.
니엔까오는 배추, 느타리버섯, 청경채 등의 야채와 쌀 떡이 어우러진 신년 음식. 팬에 기름을 두르고 채 썬 소고기를 볶다가 배추와 버섯을 함께 넣는다.
정종을 조금 부은 뒤 간장, 굴소스, 설탕을 약간 넣어 닭 육수로 자작하게 만들면 양념은 완성.
쌀 떡이 익을 때까지 졸이다 마지막으로 청경채를 넣어 푸른 빛이 살도록 해야 한다. 신년 초에 많이 먹는 만두는 만두피를 더운 물로 반죽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만두피가 잘터지지 않는다.
■日 오조니와 오세치
일본은 양력 설을 중요하게 친다. 이때 만들어 먹는 음식이 일본식 떡국인 오조니(ぉぞに).
야채와 생선, 고기 등이 든 맑은 장국이나 된장국에 떡을 넣은 것으로 일본에서는 신년을 축하하는 대표적인 상징요리다.
또 한 가지 신년음식은 오세치(ぉせと) 요리다. 5단 칠기그릇에 각종 요리를 담아 연휴 내내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1단그릇에는 단 맛나는 밤, 그 다음에는 구이류, 3단에는 시큼한 맛이 나도록 매실에 식초 맛을 가미해 요리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우엉 등의 야채조림과 생선류를 넣으면 된다. 일본 음식 특유의 화려한 모양이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다.
일식당 이로도리 서재실 조리장은 “오세치 요리는 여성등의 편의를 위해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 먹던 방식에서 나왔다. 손이 많이 가고 지역마다 내용물도 다양해 일본에서는 주로 슈퍼, 백화점, 도시락 가게 등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다 먹는다. ‘오세치 요리, 예약받습니다’라는 광고문구를 길에서 보면 연말 분위기가 난다”고 설명했다.
서 조리장은 일식당을 찾는 일본인 손님에게 오세치와 오조리 요리를 직접 조리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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