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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 10인] (7)이탈리아 안티노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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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 10인] (7)이탈리아 안티노리박사

입력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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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쾌거인가, 영혼없는 창조물인가.2001년 신년 벽두 인간복제를 둘러싼 윤리논쟁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다.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인공수정 전문가 세베리노 안티노리(56) 박사는 1월28일 미국 켄터키대 남성의학 전문가 자노스 파보스 교수와 함께 인간 복제계획을 발표해 21세기의 대논쟁에 불을 붙였다.

불치병을 치료하고, ‘생명의 비밀’을 풀 열쇠가 만들어졌다는 환호와,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고인간을 한낱 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안티노리 박사는 1993년 59세의 영국 여성에게 쌍둥이 딸을 낳게 하면서 명성을 얻은 인물. 이듬해에는 63세의 여성을 출산케해 세계 최고령 인공수정 임신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급기야 그는 “전세계 불임부부들의 희망은 인간복제”라며 실험 강행을 선언했다.

창조의 신비에 대한 과학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게놈 연구 국제컨소시엄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와 미국의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는 2월 인간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신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섰다.

과학자들은 게놈지도의 완성을 1996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복제 양 돌리 탄생에 이어 ‘바이오시대’의 개막을 선언한일대 사건으로 간주했다. 또 불치병 치료는 물론 생명의 비밀을 풀 날 도 멀지 않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월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기금 지원을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는 기다렸다는듯 11월25일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종교계는 “바벨탑을 쌓은 인간의 욕심이 인류를 끝내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종교집단인 ‘라엘리안’ 산하의 벤처기업인 클로네이드 마저 7월인간 복제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

라엘리안 운동’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라엘(56)은 “과학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던졌다. 전 세계 85개국에 5만의 신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라엘은 “클로네이드가 최초의 인간 복제에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창조’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이 모든 움직임이 ‘배교자’로 낙인찍힌 안티노리 박사에겐 천군만마의 원군이었다. 11월15일 영국법원은 인간 복제가 기술적으로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안티노리 박사는 제약이 많은 로마를 떠나 영국에서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과학자들에게 고삐를 채우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학계 내부에서도 인간복제는 성공율이 1~2%에 불과하고 기형 출산 등 불완전성 때문에 인간에게 시도돼서는 안된다는지적이 나왔다.

복제 양 돌리를 만들어 낸 영국의 해리 그리핀 박사는 “복제동물 대부분이 임신 말기나 출산 직후에 사망하거나 비정상적인 발육 상태를 보인다”며 유전자 결함의 심각성을 알렸다.

각국 정부도 인간복제를 금지시키려는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유엔은 9월 인간복제 금지 국제협약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은 금지법령 입법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에는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돌고 있어 영혼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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