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골프심리학을연구해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 힐 대학의 리처드 쿱 박사는 골퍼들의 머리 속을 골프에 대한 기억이 고여 있는 큰 저수지로 비유했다. 그는골퍼들이 플레이 할 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이 저수지에 고여 있는 기억들을 퍼 올려 게임을 한다고 주장했다. 골퍼라면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탁견이다.골퍼들의 플레이란결국 각자가 갖고 있는 골프에 대한 온갖 기억들과 골퍼가 눈앞에 맞고 있는 상황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느닷없이 기막힌 플레이를펼칠 수 없듯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플레이를 할 수도 없다. 골프가 만들어낸 플레이는 그 동안 축적된 골프에 대한 기억의 산물인 것이다.
골퍼가 할수 있는 일이란 새로운 샷을 준비하는 순간 머리 속의 골프저수지에서 그 상황에 맞는 기억을 퍼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좋은 기억이퍼 올려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담아두는 일이다. 그게 마음대로 되느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훈련 여하에 따라 선택적으로 좋은기억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다시 떠올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심리학계의 정설이다.
누구에게나위대한 샷과 바보 같은 샷, 기막힌 플레이와 악몽 같은 플레이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억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떠올리느냐에 따라 결과는천양지차다. 그 많은 기억들 중에서 긍정적인 상황과 멋진 샷을 떠올리는 사람과, 부정적인 상황과 악몽 같은 샷을 떠올리는 사람의 플레이가 같을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행복하게 인생을 향유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악몽 같은 순간과 비참한세월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좋은 순간들을 기억하고 좋을 일들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얼굴이 밝고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다
골프영웅 잭니클러스는 “나쁜 샷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털어버리고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려는 심리적 습관일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는 위대한 샷을 창조해낼 수 있었다.
그는 나쁜 기억은 쉬 잊어버리는 이른바 ‘선택적 건망증’을 잘 활용하고 있는셈이다. 골퍼들은 가능한 한 좋은 기억을 오래 담아두고 자주 떠올리되 나쁜 기억은 빨리 떨치고 잊어버리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려운듯 하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으로 굳힐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골퍼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좋은 기억을소중히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훌훌 떨쳐 버리는 일이다.
방민준 광고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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